블랙홀은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중력을 가진 천체여서 가시광 뿐 아니라 엑스선이나 적외선 등 모든 파장 전자파를 이용해도 존재를 직접 관측할 수 없다. 이런 블랙홀 존재를 알기 위해 과학자들이 해온 8가지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첫째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확고한 예언. 블랙홀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지만 1916년 독일 천체 물리학자인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에 의해 블랙홀에 해당하는 천체가 우주에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이 1915∼1916년까지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일반 상대성이론이 사실이라면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예측했다.
1965년 영국 수학 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와 스티븐 호킹 박사가 블랙홀은 밀도와 중력이 무한대 특이점이 형성된다는 걸 밝혀내고 이를 통해 펜로즈는 202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 때 수상 이유는 블랙홀이 형성되는 건 일반상대성이론의 확고한 예언이라는 걸 발견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감마선 폭발. 블랙홀을 직접 관측할 수 없지만 블랙홀이 우주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해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천문학 분야에서 알려진 가장 광고가 높은 물리 현상으로 불리는 감마선 폭발도 이 중 하나다.
1930년대 연료를 다 써버린 별이 어떻게 되는지 조사하던 인도 천체 물리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Subrahmanyan Chandrasekhar)는 일정 이상 질량이 있는 별은 스스로 중력에 부서져 무너져 블랙홀이 된다고 제창했다. 이 때 지친 별 핵은 잠시 동안 엄청난 속도로 붕괴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에너지는 감마선 폭발로 우주로 방출된다. 이 감마선 폭발 에너지는 보통 별이 탄생하고 탈 때까지 방출하는 총에너지에 상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빛을 포착할 블랙홀 존재를 알 수 있다.
셋째는 중력파. 블랙홀은 단독으로 존재할 뿐 아니라 여러 블랙홀이 서로 주위를 돌고 있기도 한다. 이 블랙홀 쌍성은 강력한 중력 상호 작용에 의해 공간에 파문이 일어나는 중력파가 발생할 수 있는 건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예언되어 있었다. 2016년 미국 레이저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LIGO가 두 블랙홀이 합체했을 때 중력파 관측에 성공해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가 입증됐다.
넷째는 이상한 움직임을 하는 별. 별이 수명을 맞이할 때 발생하는 감마선 폭발이나 블랙홀끼지 충돌은 일시적인 이벤트여서 언제든 관측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블랙홀에서 직접 발생하는 천문 현상을 관측할 수 없어도 블랙홀 중력 영향을 받은 다른 천체 움직임을 관찰해 간접적으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HR6819라는 쌍성을 관측하던 유럽남방천문대 학자들은 관측이 가능한 2개 별에 의한 쌍성이 이상한 움직임을 하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움직임을 하려면 적어도 태양 4배 질량 천체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고 이에 따라 이들 쌍성은 사실 블랙홀을 포함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HR6819 블랙홀은 가장 지구 근처에 있는 블랙홀로 쌍성 전체가 발하는 빛은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5번째는 엑스선. HR6819는 블랙홀관 별 2개는 거의 접촉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블랙홀과 다른 천체 거리가 충분히 가까운 경우 별을 구성하는 물질이 블랙홀에 벗겨져 나간다. 이 때 별을 구성하고 있던 물질은 일직선으로 블랙홀에 삼켜지는 게 아니라 블랙홀 주위를 ᄈᆞ르게 회전, 강착 원반을 형성한다. 강착 원반은 강력한 엑스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엑스선을 관측해 블랙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인류가 처음 발견한 블랙홀이 백조자리 X-1도 이 방법으로 발견한 것이다.
6번째는 초대 질량 블랙홀. 블랙홀은 감마선 폭발이 발생할 수 있는 별 붕괴에 의해 탄생하는 것 외에 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초대 질량 블랙홀도 있다. 대부분 은하 중심에는 초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에서도 활동 은하라는 특수한 은하 내 은하 핵에서 전파, 적외선, 엑스선, 자외선, 감마선 등 모든 종류 전자파가 활발하게 방출된다.
지구가 있는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A라는 공간에 태양 400만 배 질량을 가진 초대 질량 블랙홀이 있다고 한다.
7번째는 스파게티화. 블랙홀 존재를 보여주는 또 다른 현상이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다. 스파게티화는 블랙홀 근처 천체가 너무 극단적인 중력에 의해 분쇄되어 마치 스파게티처럼 가늘고 길게 지연시켜 버린다. 2020년에는 실제로 블랙홀이 별을 스파게티화해 삼키는 순간이 관측되기도 했다.
8번째는 블랙홀 그림자 관측. 블랙홀 존재를 알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블랙홀 윤곽을 보는 것이다. 블랙홀 자체는 아무 것도 발하지 않기 때문에 관측할 수 없지만 블랙홀을 둘러싼 강착 원반을 높은 정밀도로 관측해 블랙홀 영향으로 강착 원반에 있는 그림자, 그러니까 블랙홀 그림자를 본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지구 각지에 있는 전파 망원경으로 같은 장소를 관측하고 마치 한 거대한 망원경과 같인 블랙홀을 파악하는 이벤트호라이즌 망원경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처녀자리 은하단 M87 초대 질량 블랙홀 강착 원반과 블랙홀 실루엣이 처음 촬영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