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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웹=디웹이 온다

검색 서비스는 구글 마음이다. 페이스북은 수많은 개인 정보를 축적한다. 현재의 웹 서비스는 거대 서비스 제공자가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관리하는 만큼 표현의 자유와 개인 정보 사이에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는 게 바로 거대 관리자가 필요 없이 개개인이 네트워크로 연결한 분산형 웹 디웹(Dweb. Decentralised Web)이다.

지난 7월 31∼8월 2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인터넷 아카이브 주최로 DWeb 서밋(Decentralised Web Summit)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개발자와 그룹 800명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월드와이드웹을 만든 팀 버너스 리도 참석했다.

디웹 같은 구상이 나온 건 앞서 밝혔듯 현대 인터넷을 지배하는 거대한 서비스의 존재 때문이다. 데스크톱PC를 서로 연결하는 형태에서 시작됐지만 웹2.0이라는 말이 등장할 때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제공하는 중앙화 서비스를 통한 형태로 통신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개인끼리 서로 연결해준다는 SNS 역시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어진 형태다. 정원 안에서 서로 만나야 하는 셈이다. 이런 중앙집권적 웹 세계에서 개인 정보는 중앙에 저장되는 탓에 해킹으로 인한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다.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이 높아지는 것. 또 중앙집권적 서비스가 멈춰지면 의사소통 수단이나 저장 데이터가 손실될 위험도 있다. 또 정부 등에 의한 검열 위험이 높고 수집된 개인 정보를 광고로 이용하는 개인정보 판매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웹2.0 시대의 폐해를 해소하겠다고 나온 게 바로 디웹이라는 분산 컴퓨팅을 웹에 접목한 구조다. 기존 웹과 디웹의 차이는 첫 번째 단말끼리 연결한 P2P 통신이 기본이라는 것에 있다. 또 두 번째 P2P로 연결하는 단말은 서비스를 요구할 뿐 아니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HTTP 프로토콜을 이용해 특정 서버에 저장한 정보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 자신이 분산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매개체 역할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디웹의 기술적 배경이 되는 근본 기술은 블록체인이다.

선거에서 투표를 할 때 자신의 투표가 정말 계산되고 있는지 혹은 표가 버려지는 건 아닌지 확인을 하거나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도 생각했던 인물과 동일인인지, 혹은 공정무역 인증 커피콩을 구입해도 진짜 개발도상국 노동자에게 이익이 환원되는지 확인하는 건 당연하지만 어렵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려면 안전과 공정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거래 상황을 추적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추적과 감시는 언제나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 거래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이런 구조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높은 비용 없이 구현하기 힘든 거래 안전성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에서 정보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인 PC를 통해 통신하고 공유된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그물망처럼 연결해 정보 흐름을 중앙집권적 구조로 구성하지 않는다.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라면 정보가 집중된 곳(서버 등)만 공격 받으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위험에 빠진다. 하지만 중앙집권적이지 않은 블록체인은 외부 공격에 강한 안정적 시스템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다시 말해 시스템을 멈추게 하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블록체인에서 정보는 통과할 때마다 컴퓨터에 의해 선택되어 블록으로 알려진 시계열 정보를 지닌 데이터 체인으로 모든 정보가 축적된다.

다시 디웹 얘기로 돌아가면 중앙집권적인 통화 발행권자를 배제하고 분산 통화를 만들어낸 암호화폐를 가능하게 한 블록체인을 웹 세계에도 접목하자는 게 바로 디웹의 사상이다. 블록체인으로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게 아니라 분산 저장한 디웹은 정보를 관리하거나 제어하는 관리자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건 불가능하다.

디웹 프로그램 제작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분산형 벼록시장 격인 오픈바자르(OpenBazzaar), 구글 독스의 대안 격인 그라파이트 독스(Graphite Docs), 인스타그램 대체 서비스를 표방하는 텍스타일 포토스(Textile Photos), 슬랙이나 왓츠앱 대안인 매트릭스(Matrix), 유튜브 대안인 디튜브(DTube), 기존 SNS와 다른 형태인 아카샤(Akasha)와 디아스포라(Diaspora), P2P 웹브라우저인 비이커 브라우저(Beaker Browser) 등이 그것이다.

디웹은 중앙집권적 서비스 제공자가 없는 만큼 전통적인 광고형 사업이 없다. 이런 이유로 디웹에는 다른 경제 구조가 필요하다. 중요한 관건은 소량 결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소액 결제 시스템 구축. 서비스 이용 대가를 직접 지불하는 구조가 있으면 광고 시스템에 의존할 필요 없이 크리에이터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창작 활동이 활발해지고 콘텐츠 이용료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이 뒷받침하는 디웹 생태계에선 정체성을 담보할 암호가 필요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인을 식별할 생체 인식 같은 보증이다. 이런 게 있다면 오래 기억 못할 복잡한 암호를 사용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디웹에선 관리자가 필요없는 대신 폐해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잘못된 정보가 표시되도 삭제 요청을 할 수 없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인정받는 잊혀질 권리를 손상시킬 수 있다. 성인물 범죄 등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는 것도 곤란해진다. 이런 디웹의 장단점을 잘 고민해 디웹이 현재의 웹과 다른 방식으로 기능한다면 장점을 살려 중앙집권형 시스템에선 불가능한 일에 초점을 맞춰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많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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