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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달러 기업, 애플을 이끈 질문

지난 8월 2일(현지시간) 애플의 기업 가치는 주가 기준으로 1조 달러(한화 1,129조 5,000억 원대)를 넘어섰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1조 달러 기업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애플이 1조 달러 기업에 이름을 올린 배경에는 애플은 보통 3분기 매출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 3분기는 아이폰의 고가격화 덕에 높은 이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데에 있다. 당초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보이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순식간에 시가 총액도 1조 달러를 상회한 것이다.

물론 시장의 변화는 계속되는 만큼 시가 총액 1조 달러는 얼마든지 밑돌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올해 애플은 4분기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주가가 크게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어쨌든 애플이 미국에선 처음으로 1조 달러 기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세계에서 처음으로 1조 달러 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지난 2007년 중국 석유천연가스 기업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은 바로 크게 떨어진 바 있다. 또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 역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쨌든 미국에선 처음으로 1조 달러 기업에 이름을 올린 애플이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파산 직전까지 몰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구원한 건 바로 되돌아온 창업자 스티브 잡스였다. 그가 던진 물음이 애플을 살리고 오늘날 미국 최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1977년 설립한 기업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난 1985년 이사회는 잡스에게 사실상 추방 처분을 내렸고 젊은 창업자는 애플을 떠나야 했다. 잡스가 기업에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1985년 애플을 떠난 잡스는 새로운 기업인 넥스트(NeXT)를 설립하고 나중에 맥OS와 iOS의 기반이 될 혁신적인 객체지향형 운영체제인 넥스트스텝(NeXTSTEP)을 개발한다. 당시 그의 인터뷰를 보면 그의 기술에 대한 생각을 잘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지금(당시)까지 종사해온 일들은 참 이상한 것이라면서 50세가 될 무렵이라면 지금까지 개발한 모든 제품은 쓸모없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애플Ⅱ나 애플Ⅰ 같은 제품이 쓸모없게 된 것도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매킨토시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잡스는 자신의 작품이 수세기에 걸쳐 전시되어 온 그림 같은 걸 만드는 게 아니라면서 개발 후 10년만 지나면 진부하고 사라져 버리는 건 건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애플Ⅰ을 지금고 쓸 수 있냐?”고 되묻는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돌로 산을 만드는 듯한 느낌이라면서 산을 좀더 높이기 위해 돌을 쌓아 지층을 다지는 것과 같지만 산 정상에서 사람들은 내부에 있는 지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질학자라면 지층을 평가해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면서 자신이 있는 세계는 르네상스 시대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애플을 1조 달러 기업으로 끌어올린 비결은 뭘까. 다시 애플 얘기로 되돌아 가면 애플은 이후 계속 혼란 상태에 빠지고 급기야 90일 뒤에는 은행 예금이 바닥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다. 애플에 잡스가 되돌아온 건 1997년이다. 같은 해 2월 비상근 고문으로 먼저 복귀했던 잡스는 같은 해 8월 임시 CEO 자리에 오른다. 이후 잡스는 경영진 쇄신을 하는 한편 반투명 본체로 화제를 모았던 아이맥 G3(iMac G3)을 1998년,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 혁신을 불러온 아이팟(iPod)을 2001년 연이어 내놓으면서 화려한 복귀를 한다.

잡스는 1997년 9월 CEO로 다시 취임하고 8주가 지나 애플 재건을 위한 내용을 밝힌다. 이 내용은 영상으로도 남아 있다. 이젠 유명해진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라는 말도 나오는 이 영상에서 잡스는 나이키와 디즈니, 코카콜라, 소니 등 최고 중에서도 최고로 불리는 브랜드를 언급하며 애플이 부활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그는 나이키를 언급하며 나이키는 신발이라는 소비재를 파는 기업일 뿐이지만 나이키 제품을 사는 소비자는 이 브랜드에 특별한 감정이 있다고 말한다. 나이키는 자사 제품이 얼마나 뛰어난지, 경쟁사 제품보다 뭐가 더 좋은지 같은 마케팅은 하지 않는다. 대신 나이키는 최고의 선수와 뛰어난 경기에 존경심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나이키가 무엇인지, 나이키의 역할이 무엇인지 나타내주는 대표적 예라고 설명한다.

잡스는 애플 라인업 중 70%를 정리하고 30%에 수정을 가하는 대책을 내놓는다. 모델이 너무 많아 고객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분석에 의한 것이다. 그는 그리고 애플이 무엇인지, 세상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위치에 있는지 질문한다. 당시 애플은 IBM 호환 PC나 윈도 등과 성능 경쟁이나 모델 확장 전략에 내몰리고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애플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애플의 핵심 가치는 열정을 가진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애플 컴퓨터를 쓰면서 고객의 생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일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려주면서 브랜드 파워를 높여 나이키나 소니 같은 톱 브랜드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잡스의 연설 이후 20년이 지났고 애플은 나이키나 디즈니를 제치고 1조 달러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의 질문은 눈앞의 성공만이 아니라 본질적인 성공에 대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은 누구이고 고객에게 뭘 제공할 것인지. 이 같은 질문이 얼마나 중요하지 말해주는 것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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