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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망자의 무덤이 된다면…

페이스북은 전 세계 수많은 인구가 이용 중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이렇다 보니 페이스북, 정확하게는 페이스북 사용자 역시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이 거대한 디지털 묘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조만간 소셜미디어 기능보다 사용자의 디지털 무덤 기능으로 더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 연구자 2명은 페이스북 사용자 수에서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산자를 웃돌 가능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들은 2가지 시나리오를 다뤘다. 하나는 페이스북 사용자 수 성장이 지난해 시점에서 완전히 멈춰버린 경우, 또 하나는 계속 매년 13%씩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논문은 이런 시나리오가 그대로 실현되는 게 아니라면서도 사망 사용자 수는 이들 2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쨌든 이 논문은 2060년이 되기 전에 페이스북은 필연적으로 사망 사용자 수가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연구는 UN의 연령별 사망률 예측 데이터를 이용하고 페이스북 고객 인사이트 페이지를 분석하는 한편 사용자 월별 활성 사용자 수를 연령·국가별로 파악했다. 하지만 논문이 지적한 것처럼 페이스북은 분명히 사용자 수가 부풀려져 있다는 보도가 있다. 페이스북이 공표한 데이터에서 18세 미만 아동은 제외되며 65세 이상 사용자, 또 이미 사망한 사용자도 빠져 있다는 점에서 논문의 정확성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을 듯하다.

이 연구는 2018년 시점에서 페이스북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멈췄다고 가정하면 최소 14억 명이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했지만 페이스북은 새로운 사용자와 수익을 계속 확보하고 있다. 엄청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처럼 페이스북 사용자를 확보해도 100년 뒤 사망 사용자 수는 49억 명이 넘어설 전망을 하고 있지만 논문에 따르면 사망 사용자 프로필이 늘어나는 건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다.

또 사회적 수준에선 여전히 의문을 나타내는 데에만 머물러 있지만 사망 사용자의 데이터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 데이터는 윤리적으로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문은 다루고 있다.

남겨진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가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데이터를 떠나 언젠가 죽는다. 사망 사용자 프로필은 단순한 프로필의 틀을 넘어선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고인의 데이터가 세계적 유산이 될 수도 있다.

이 논문은 앞으로 수십 년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사망 사용자가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주는지 다루면서 많은 프로필이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나 유족에만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과제를 던진다. 이 데이터는 적어도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에게만 귀속되지 않는다. 기업이 물의를 일으킨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논문은 역사적으로 중요 데이터는 모든 인류를 위해 보존해야 하며 자기 이익 추구만을 위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기업에 큐레이터를 맡기는 건 안 된다고 말한다.

논문은 연구 내용 외에 지리적 데이터 분포도 밝히고 있는데 데이터가 집중된 곳은 사양 이외 국가라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는 남아 있다. 개별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어떻게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미래 세대에게 넘겨야 할까. 이를 수집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일까. 연구 저자는 페이스북이 역사가와 고고학자, 윤리학자 등에게 관리를 맡겨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예언한 것처럼 과거 기억을 제어할 수 있는 자는 현재도 제어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데이터에 어떤 이해관계자가 있는지, 이들에 얽힌 다양한 가치관을 고려하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설계하는 게 아닐까.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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