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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란 무엇인가

개 같은 동물은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지능이 뭔지 설명하는 건 어렵다. 이제까지 인류가 만든 인조물에선 자랑할 만한 존재가 많지만 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인류가 극도로 높은 지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능을 신장, 힘과 같은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능의 정의는 상당히 모호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지능이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음식을 찾거나 안전한 장소를 찾거나 자손을 남기기 위해 경쟁을 극복하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가 살아남는 것 같은 것이다. 지능은 하나의 능력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나 학습 능력, 창의력, 전략을 세우는 능력,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 등 여러 가지가 결합된 능력이다.

생물학적 반사와 같은 본능에 기인한 행동과 다양한 수준의 학습, 일종의 의식 속에 지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 지능이 태어나는지, 어떤 개념을 지능으로 분류하는지 질문에 대한 과학자의 견해는 일치하지 않는다. 지능은 의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 복잡하다.

이번에는 지능 일부 기능의 집합이라고 생각해보면 지능의 가장 기초적 요소는 인식, 기억, 학습 3가지 기능이다. 생물은 자신의 오감을 이용해 주위를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오감 뿐 아니라 굶주림과 피로 등 내적 정보를 인식하고 계속 사용하는 건 살기 위해 중요하다. 이런 정보를 얻지 못했다면 생존은 어려워진다.

기억은 수집한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능력이다. 기억 능력을 갖고 있으면 사건이나 장소, 관계 등 정보를 기억할 뿐 아니라 사냥 방식과 음식을 수집하는 방법 같은 것도 기억해둘 수 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것 같은 행위에는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이 때 일련의 사고와 행동을 변화시켜 적응하는 학습이 중요하다. 지각, 기억, 학습 3가지 능력이 있으면 꽤 영리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편 지각, 기억, 학습이 가능한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이라는 다핵체 단세포 생물도 있다. 냄새가 강한 먹이를 용기에 넣고 중간에 미로 같은 장애물을 배치하면 황색망사점균은 냄새를 따라 미로를 지나 결국 먹이까지 최단 거리를 연결한다. 이런 행동은 황색망사점균의 본능이기 때문에 황색망사점균도 지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황색망사점균이 지능을 갖고 있다고는 인정하지 않는다.

적응하는 지능이 높은 생물의 좋은 예는 벌. 컬러볼을 골에 넣으면 설탕물을 받을 수 있다는 훈련을 땅벌에게 시키면 땅벌은 자연스럽게 컬러볼을 골에 넣는 행위를 기억한다. 또 고급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생물도 있다. 너구리는 인간의 음식을 얻기 위해 창문을 열거나 자물쇠로 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너구리는 고리식과 빗장식, 플러그식, 푸시식 자물쇠라면 시도 횟수 10회 이내에 해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자물쇠를 조합해도 문제없이 열 수 있다. 또 한 번 해제하는 방법을 학습한 너구리는 1년 뒤에도 이 방법을 기억해 여는 속도가 늦지 않다고 한다.

또 지능이 진화하면 창의성을 획득한다. 창의력이 있는 생물은 분명히 무관한 사건에서 새롭게 가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이 담긴 통에 떠오른 마시멜로를 돌을 통에 던져 수위를 높이게 하는 너구리 실험에선 창의력을 발휘한 너구리가 통을 잡아 마시멜로를 갖는 행동을 취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창의력의 다음 단계는 도구 사용이다. 영장류는 나무속 흰개미를 막대기로 훑고 문어는 휴대 가능한 갑옷으로 코코넛 껍질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선 자료를 수집하는 행위는 계획으로 이어진다. 계획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공정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조립하는 능력이다. 다람쥐는 채취한 먹이 일부를 땅에 묻는 습성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누가 본다고 느낄 때에는 먹이를 채우는 척만 한다. 먹이를 채우는 척해서 묻은 먹잇감 도난을 막으려는 것이다. 다른 다람쥐를 속이고 실제 매장 위치를 숨길 수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생각한다는 고급 정보를 다람쥐가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문제를 풀려면 다양한 지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의 복잡성은 동물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다람쥐는 잡식성으로 자신의 영토를 지키는 습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다람쥐에게 먹이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는 것과 경쟁자를 속이는 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중요하다.

한편 초식으로 떼를 지어 사는 습성을 가진 양은 사교성에 대한 능력이 탁월하다. 양은 동료를 인식하고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 또 양은 인간의 얼굴도 기억할 수 있다. 다람쥐와 양은 각각 다른 지능을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문화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지능을 발전시켜 왔다. 단 1명으로 로켓과 가속기를 만들어낼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는 협력 세대를 넘어 지식을 공유하는 능력이 있어기 때문에 개를 능가하는 능력을 손에 넣게 됐다. 이제 인류는 지구를 원하는 대로 제어할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발전과 함께 지구 온난화와 항균 약물 내성 등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선 단기적 이익만 보지 말고 멀리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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