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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북극 기지 건설에 동원한 80m짜리 괴물트럭

구 소련과 긴장이 극에 달하던 냉전 시대 미국은 소련에서 핵폭탄을 싣고 날아오는 폭격기를 빨리 발견하기 위해 북극권에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하지만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방대한 자재를 눈속에 갇힌 북극권까지 운반하는 건 일반 트럭으로는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냉전 시대 북극권에선 거대한 트럭이 활약을 했다.

1954년 미국은 북극에 레이더 기지 63기 등을 갖춘 원거리 조기 경보 라인 구축을 계획한다. 하지만 북극권에는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나 선박용 항구도 없었다. 당시에는 중량물을 운반할 수 있는 헬기도 존재하지 않아 기지를 건설하려면 자재는 모두 육로로 운반해야 했다.

레이더 기지 건설을 맡은 웨스턴일렉트릭(Western Electric)은 통신기업 AT&T 산하 전기 회사였기 때문에 영하 56도 북극을 달리는 거대한 트럭을 제공할 수 없었다. 따라서 웨스턴일렉트릭은 미 육군수송연구개발사령부 TRADCOM 도움을 얻어 거대한 트럭 개발 기업을 선정했다. 여기에서 선정된 곳이 건설기계 제조사인 르터노(LeTourneau)다.

당시 16륜 구동 목재 운반용 대형 수송 차량 VC-12를 개발했던 르터노는 정부와 계약을 맺고 TC-264 스노버기(Sno-Buggy) 개발에 착수했다. 이렇게 태어난 TC-264 스노버기는 록히드 전투기인 P-38 라이트닝과 같은 올리슨 V-1710(Allison V-1710) V12 엔진을 탑재한 거대한 트럭이다.

TC-264 스노버기가 갖춘 8륜 대형 저압 타이어는 1륜이 직경 3m에 이른다. 부드러운 눈에서 딱딱한 얼음 위에서도 효과적으로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어 1954년 그란란드에서 실시한 테스트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했다.

르터노는 더 강력한 VC-22 스노프레이터(Sno-Freighter)를 개발했다. VC-22 스노프레이터는 400마력 커민스(Cummins)제 디젤엔진 2기를 탑재한 기관차와 트레일러 5대를 연결한 길이 83.5m에 이르는 랜드트레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150톤에 이르는 중량을 자랑했다.

대량 자재를 싣고 모든 지형을 주파할 수 있는 VC-22 스노프레이터는 원거리 조기 경보 라인 건설에 투입됐다. 구글맵 스트리트뷰에서 알래스카에 위치한 도로(Steese Highway) 옆을 보면 엔진 트러블로 버려진 VC-22 스노프레이터를 볼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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