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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비행기는 실용화될까

하이브리드나 전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미래에는 비행기도 전기로 움직일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러프버러대학 응용공기역학자인 던컨 워커가 전기 비행기 현황과 미래에 대해 해설한 내용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항공기가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 삼는 환경보호론자 중에선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활동가가 증가하기도 한다. 당연히 항공기 산업에도 자동차처럼 전기 물결이 몰려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는 이는 복잡한 문제이며 크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소형 비행기에선 전기를 동력으로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전기 비행기에 의한 비행 실험도 이뤄진다. 워커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소형 전기 비행기가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이용 중인 대형 항공기의 경우 소형 항공기와 똑같이 생각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대형 항공기에서 전기를 이용하는데 가장 큰 장벽은 추진 시스템이 아니라 에너지 밀도 문제다. 항공기에 사용하는 제트연료의 에너지 밀도는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30배에 달한다. 따라서 제트 연료를 그대로 동일한 부피 리튬이온 배터리로 대체해도 비행에 필요한 만큼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여객기인 에어버스 A380은 1회 비행에 승객 600명과 화물을 싣고 1만 5,000km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에어버스 A380 연료를 그대로 배터리로 바꾸면 불과 1,000km 조금 넘는 정조 밖에 날 수 없다는 계산이다. 승객과 화물까지 배터리로 교체해도 항속거리는 2,000km 미만 밖에 늘지 않는다. 기존 항속거리를 유지하려고 배터리 부피를 30배 늘리면 이번엔 너무 무거워 이륙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기존 대형 여객기에서 이륙 중량 중 절반은 연료가 점유하고 있다. 이 무게와 항속거리 교환은 장거리 비행에선 문제다. 또 일반 항공기는 제트 연료를 소비하면서 기체 무게도 줄여주지만 전기 항공기는 배터리 무게가 거의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무게로 계속 남아 있게 된다.

대형 여객기의 전기화가 어려운 반면 전체 무게에서 차지하는 연료 비율이 10∼20% 가량인 5∼10인승 소형 항공기에선 비교적 전기 실용화가 가능하다. 기존 연료를 그대로 배터리로 교체하면 항속거리는 짧아지지만 예를 들어 승객을 위한 공간은 2∼3인분 줄여 배터리를 채우면 기존 연료로 1,000km 가던 항공기를 500∼750km 가량으로 비행하게 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이스라엘 스타트업 이비에이션(Eviation)은 엘리스(Alice)라는 전기 소형 항공기를 발표했다. 엘리스는 단순히 제트 연료를 배터리로 교체한 게 아니라 추진 시스템을 기체에 통합하는 등 설계 개념 혁신도 한 것이다. 2022년 취항하면 9명을 태우고 1,000km 항속 거리 수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엘리스는 여전히 소형 항공기로 단거리 비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전기 비행기를 진화시킬 가능성으론 리튬 공기 전지(lithium-air battery) 존재를 들 수 있다. 리튬 공기 전지는 공기 중 산소를 양극 활물질로 충방전할 수 있는 배터리로 이론상 제트 연료와 같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험 단계에 불과하며 미래 항공기에 탑재될 전망도 알 수 없다.

리튬 공기 전지 실용화는 멀어 보이지만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건 기존 제트연료를 이용한 터보팬 엔진 추진 시스템과 전기 추진 시스템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항공기다. 이 아이디어는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지멘스가 공동 개발하는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시스템인 E-팬 엑스(E-Fan X)로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1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제트 여객기 BAe 146을 이용해 터보팬 엔진 4개 중 하나를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추진 팬으로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에어버스는 하이브리드 항공기 기술을 2030년까지 실용화해 100인승 여객기에 실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배터리 개선 외에도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기존 항공기보다 효율적인 날개와 몸통을 일체화해 설계한 BWB(Blended Wing Body) 아이디어를 제창하고 있다. BWB 실용화에는 큰 설계 변경이 필요해 기술적 과제도 많다. 대형 항공기 제조사가 적극적인 실현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항공기 에너지 소비량을 20%나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기존 제트 연료 터보 팬 엔진을 대체하는 실용성은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요 항공기 제조사는 엔진 기술 개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항공사는 앞으로 10년간 항공 기술 개발 수행 투자를 1.3조 달러 가량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롤스로이스의 최신 엔진인 롤스로이스 트렌트 XWB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대형 항공기 엔진이다. 이를 탑재한 에어버스 A350 XWB는 이전 세대 항공기보다 운영비용과 연료 소비량,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 줄였다고 한다. 이런 기술을 통해 항공사마다 기존 제트엔진 기술을 개선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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