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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노출에도 식물이 살아남는 이유

방사선은 생물에 유해하다. 인간이 방사선에 노출되어 피폭했다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은 동물보다 방사선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식물은 방사선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일까. 웨스트민스터대학 수석 강사인 스튜디오 톰슨이 이 같은 의문에 대해 해설을 해 눈길을 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세계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 중 하나다. 2,600km2에 걸친 출입 금지 구역이 설치되는 등 수많은 피해를 일으켰다. 그런데 이런 체르노빌 원전 출입 금지 구역은 사실상 자연 보호 구역으로 되어 있다. 늑대 등 야생 동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것. 또 원래 식물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의해 사멸되지 않았고 가장 방사선 피해가 컸던 지역조차 3년 이내에 식생이 회복됐다고 한다.

왜 식물이 방사선 피해를 받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원자로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살아있는 세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방사성 물질은 높은 에너지 입자와 전자파를 끊임없이 방출하는 불안정한 존재다. 동물과 식물의 세포 구조를 파괴하는 것. 세포 대부분은 손상도 회복되지만 생물 유전 정보를 맡는 DNA는 예외다. 방사선 영향으로 DNA가 손상되면 암이 발병하거나 방사선량이 높으면 즉사할 수도 있다.

동물에게 DNA 손상이 치명적인 건 동물 세포나 신체 구조가 고도로 전문화되어 유연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물은 각각 다른 역할을 가진 수많은 세포와 기관이 있고 이들이 서로 협력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동물의 신체는 복잡한 기계 같은 것으로 뇌와 심장, 폐 등 어느 하나 기관을 잃으면 죽어 버린다.

반면 식물은 동물에 비해 훨씬 유연하고 유기적인 성장을 이룬다. 식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주위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처럼 처음부터 몸 구조가 모두 정의되더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종류라도 토양 상태와 기후, 다른 식물 영향에 의해 더 깊은 뿌리를 내기거나 줄기를 늘리고 잎이 우거지게 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나며 몸 구조를 높은 자유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

동물 세포와 달리 식물 세포는 새롭게 필요한 세포를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정원사가 식물 줄기와 새싹 등을 위해 새로운 위치에서 배양하는 건 식물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필요한 뿌리나 줄기, 잎 등 기관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 덕이다. 이런 식물이 가진 능력에 의해 방사선으로 세포가 손상되어도 동물과 달리 식물은 죽지 않고 새로운 성장을 계속하면 된다.

또 방사선은 암을 일으킬 수 있지만 식물에서 암 전이는 식물 세포가 가진 세포벽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따라서 돌연변이 암세포가 광범위하게 퍼져 치명적 장애를 가져올 수 없어 식물은 방사선 피해가 큰 장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흥미롭게도 체르노빌 출입 금지 구역에 있는 여러 식물은 분자적 측면에서도 DNA를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이는 고농도 방사선에 적응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과거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방사선량이 높았기 때문에 체르노빌 출입 금지 구역에 있는 식물은 생존을 위해 먼 옛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능력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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