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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자동화와 미래 일자리

로봇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일을 빼앗아 버릴 것이라는 의구심이나 불안감이 높다. 이런 일로 로봇을 통한 자동화에 반대해 노동자 5만 명이 파업을 일으키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경제포럼 WEF(World Economic Forum)가 발표한 보고서(The Future of Jobs 2018)에 따르면 로봇에게 일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더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연구자 일부에선 오는 2025년까지 어느 정도 일은 로봇에게 빼앗기지만 인간의 일 모두가 로봇에 의해 자동화되는 건 아니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전 세계 일거리 중 절반이 2025년까지 로봇 자동화가 가능한 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 자동화가 가능해진다고 해서 로봇으로 대체, 모든 일을 빼앗겨 버린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세계경제포럼의 예측이 맞다면 2025년까지 7,50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로봇에 의해 자리를 잃게 된다.

7,500만이라는 숫자는 영국 인구보다 1,000만 명 가깝게 많은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2018년 기준으로 인간이 하는 일 중 2025년 시점에서도 계속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건 71%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나머지 29%는 로봇이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런 데이터를 고려해보면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빼앗아간다는 우려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로봇을 통한 자동화는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는 공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지만 보고서는 로봇의 등장이 부정적 변화 뿐 아니라 긍정적인 변화를 인류에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중 하나가 로봇은 수많은 일을 빼앗는 반면 동시에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산업 발전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1억 3,3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로봇에게 빼앗긴 고용 인력보다 2배 가까운 수치다.

2002년만 해도 유튜버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다는 것. 따라서 앞으로 미래에 어떤 일자리가 창출될지 예측하는 건 어렵다. 다만 보고서는 미래 고용에 대해 몇 가지 예시를 하고 있다. 프로그래밍과 디자인, 사회적 지능, 비판적 사고 같은 분야에선 로봇 대체가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 자동화의 배경이 되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선진국보다는 경제 성장 단계에 있는 개발도상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과 인도는 각각 다른 성장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을 계속해왔다. 중국은 전자 제품 등 기술 집약적 제품을 생산해 부를 늘렸고 인도는 우수한 두뇌를 가진 엔지니어와 영어 실력을 살려 비즈니스 아웃소싱이나 소프트웨어 테스트 등으로 경제를 끌어올려온 것.

양국은 이런 강점을 살려 경제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AI가 여기에 제동을 걸어버릴 수도 있다. AI는 공장 자동화를 극적으로 가속화하는 동시에 고객 서비스나 텔레마케팅 같은 업무를 사람의 손에서 빼앗아 버릴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AI는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학습을 진행할수록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임금 인상이나 휴가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낮은 비용이다. 하지만 AI가 이런 장점을 흡수해버리면 선진국 기업 상당수가 아웃소싱하던 업무를 본국으로 되돌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개발도상국에선 일이 사라져 국내 경제가 내려앉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부정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AI 기술을 통해 혜택을 받는 게 일부 선진국일 수 있다. AI의 품질은 앞서 밝혔듯 다량 데이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품질 AI에는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게 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품질을 더 향상시킨 AI는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취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긍정적 반응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독점권이 강해질 수 있다. 실제로 컨설팅 기업 PwC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AI가 만들어내는 15.7조 달러 자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70%를 독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도상국이 살아남으려면 기존 성장 모델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대로 AI 발전이 진행된다면 공업 제품을 생산해 빈곤에서 탈피한 국가는 중국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예상도 나온다. 새로운 성장 모델 발견이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는 것.

이런 점에서 사람이 아니면 실현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 측면 서비스 확대가 주목받는다. AI와 로봇이 진화해도 대접을 받는 편안함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인간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관광이나 문화, 노년층 케어 같은 산업은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지목되기도 한다.

명심해야 할 건 국가마다 특유한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소비자 신용 조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소비자 금융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하자. 그렇다고 이를 에티오피아에 그대로 적용하면 제대로 작동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개발도상국에선 이런 격차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개발도상국 정부는 AI를 활용하는 자국 기업을 육성하는 목표를 내걸고 우수 학생에 대한 AI 교육에 예산을 충당해야 한다. 수학과 공학에 뛰어난 학생을 발견해 고급 교육을 제공하고 세계 최고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소규모 기업 100만 개를 키우는 건 거대 공장 100개를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학생을 후원하는 건 영양실조에 빠진 국가 경제라면 어려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면 AI가 착취적인 블랙 기업에 시달리지 않고 경제를 개선하고 성장 기회를 줄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AI가 전 세계적인 부담이 아니라 부가 되려면 이익이 공유될 필요가 있는 만큼 미국이나 중국 같은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이익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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