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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 넘어 ASI? 정의 모호한 거액 투자가…

AI가 급속히 발달하는 가운데 구글이나 오픈AI 등 일부 AI 기업은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닌 인간처럼 사고하는 범용인공지능(AGI)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AGI가 아닌 인공초지능(ASI)이라는 용어 사용을 선호하는 전문가도 있다. AGI와 ASI는 각각 어떤 특징이 있고 무엇이 다른지, 왜 명확한 정의 없이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정리한 글이 눈길을 끈다.

AGI는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약칭으로 모든 분야에서 인간 지적 능력을 뛰어넘은 AI를 가리킨다. 범용인공지능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는 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위해 1조원 이상을 오픈AI에 출자하거나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평일 주 60시간 사무실에서 개발에 전념하면 구글이 AGI를 개발해 업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등 AI 개발을 이끄는 기업이 AGI 실현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AGI 정의로 대부분 인지 과업에서 최소한 숙련된 성인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AI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 숙련된 성인이 어느 정도 능력인지, 대부분 인지 과업이 어느 정도로 광범위해야 하는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따라서 AGI는 무형적이며 AGI는 언제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 논할 때 그 사람이 AGI 정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오픈AI는 AI가 150조 원 이익을 내면 AGI를 달성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재무적 지표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이는 오픈AI에 AGI 개발 지원 출자를 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합의 내용이므로 AGI에 대한 기술적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해도 오픈AI 최고연구책임자인 마크 첸은 자사는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많은 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진 고도로 자율적인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AGI를 경제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

또 합의된 AGI 인식이 없어 일부 기술 리더는 AGI 도래 장벽을 낮추고 있다. 오픈AI 샘 알트만 CEO는 2024년 12월 자신의 추측으로는 전 세계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AGI가 실현되고 그 중요성은 훨씬 작아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AI 개발 플랫폼인 허깅 페이스 연구자 겸 수석윤리과학자인 마거릿 미첼은 지난 2월 발표한 논문에서 AGI를 지침 또는 북극성으로 목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첼은 AGI 정의가 모호한 이유를 지능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AGI라는 용어는 그 용어 의미에 대한 일반적 이해가 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런 상태는 상당히 유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계산 능력에 특화됐던 기존 AI와 비교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은 광범위한 분야에 대응하므로 LLM이 범용적 AI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한편 AGI는 범용인공지능이라는 이름처럼 범용적으로 과업을 처리할 수 있는 AI일 뿐 아니라 기존 AI 계산 능력이나 그 분야에 특화된 인간 능력조차 뛰어넘은 높은 능력을 발휘하는 강한 AI를 의미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따라서 메타 수석 AI 과학자이자 AI 기술 대부 중 1명’으로도 불리는 얀 르쿤은 인간 지능은 그다지 범용적이지 않다는 걸 이유로 AGI라는 용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 지능을 크게 뛰어넘는 AI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 전문가가 사용하는 표현이 인공초지능(Artificial Superintelligence, ASI)다.

AI 추가 발전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학습을 실행하기 위해 막대한 물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많은 환경 부담도 따른다. 또 AGI는 윤리적 문제나 사회적 위해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AGI 또는 ASI는 모두 명확한 정의가 공유되지 않은 채 수십억 원대 규모 투자가 이뤄지거나 오픈AI가 AGI 구축을 향해 미국 국립연구기관과 제휴를 발표하는 등 AI 개발을 이끄는 기업이 상당한 힘을 기울이고 있다.

AI 스타트업 기업 코히어의 공동창업자 닉 프로스트는 AGI에 관한 논의에 대해 대부분이 그 아이디어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이들로 가득 찬 버블이라며 AGI가 임박했다고 누군가 몇 년간 계속 말하며 그걸 말하는 데 금전적 인센티브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계속 실현되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며 가열되는 AI 개발 열기에 경종을 울렸다. 또 일부 연구자는 현실 세계에서 AI 기술을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한 의미 있는 방법을 만드는 건 AI 업계의 AGI에 대한 조잡한 주장 집착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부러 명확히 정의하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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