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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으로 드러난 화웨이 반도체 생산라인

중국 선전시 관란(観瀾) 지역에 건설된 화웨이(Huawei) 공장에서 2022년 착공 이후 빠르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치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으며 미국 압력에 따라 중국으로의 EUV 장비 수출이 금지되어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제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EUV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TSMC나 TSMC에 생산을 위탁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로부터 반도체를 수입하는 것 역시 미국 제재로 인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제약 속에서 중국은 자체적으로 EUV 노광 장비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5년 3월에는 중국이 ASML이 사용하는 기존 LPP(레이저 생성 플라즈마) 기술이 아닌, LDP(레이저 유도 방전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EUV 노광 장비 시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며 이로 인해 중국 내 기술 혁신이 가시화되고 미국이 가한 압력이 무의미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편 중국은 저성능부터 중성능 반도체까지는 전 세계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구식 DUV 스캐너를 활용해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현 시점 기준으로 고성능 반도체의 최소 기준인 7nm 및 6nm 공정은 이미 DUV를 통해 제조에 성공했으며 더 고성능 5nm 반도체도 DUV를 활용한 제조 준비가 진행 중이다.

화웨이가 주로 필요로 하는 건 7nm 공정 칩이다. 새롭게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화웨이는 기존에 위탁 생산을 맡기던 중국 SMIC 생산능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원재료와 화학물질, 웨이퍼 제조 장비부터 칩 제조 장비 조달, 칩 설계 및 제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생산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감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화웨이가 선전시 관란 지역에 건설한 공장이 초고속으로 개발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화웨이는 관란 공장에서 스마트폰용 7nm 칩과 AI용 칩인 어센드(Ascend) AI 칩을 생산할 계획이며 이는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하이엔드 칩을 제조하려는 첫 시도라고 전해진다.

보도에선 지금까지 자세하게 보도되지 않았던 이 시설은 반도체 분야 리더가 되겠다는 화웨이야망을 드러내는 것이며 AI 등 기술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려는 중국 측 노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컨설팅 기업인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 창립자 딜런 파텔(Dylan Patel)은 한 기업이 반도체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감당하려는 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관란 공장은 화웨이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반도체 제조사 펑신웨이(Pengxinwei)나 선전 펜선(Shenzhen Pensun)이 운영하는 제조시설과 인접해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화웨이는 상하이, 닝보, 칭다오 반도체 제조 시설에도 투자하고 있어 대규모 개발 계획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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