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위적인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고온과 이상기상이 연이어 발생하고 지구가 점점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별로 변모하고 있다고 자주 외치지만 긴 지구 역사 속에서는 화산 분화로 인한 대규모 환경 변화 등으로 여러 차례 대량절멸이 일어났다. 지구가 가장 가혹했던 몇몇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영상은 미래인의 타임머신이 고장나 2억 5,000만 년 전 가장 거대한 대량절멸 수백만 년 뒤에 해당하는 트라이아스기 초기 지구에 남겨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당시 지구는 화산 활동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작열하는 지옥으로 변해 있었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 시대 3~5배에 달했다.
미래인이 불시착한 곳은 초대륙 판게아로 인해 생겨난 지구 역사상 최대 사막. 현대 사막에는 생명이 넘쳐나지만 규모가 다르게 고온이고 건조한 이 사막에는 생물이 없다. 50도에 달하는 뜨거운 공기는 숨을 쉴 때마다 폐를 태우고 피부와 입술은 순식간에 건조해져 갈라진다. 설상가상으로 새빨간 모래폭풍이 도래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테티스해 해안이다. 늪지와 같은 해변에서는 리스트로사우루스 몇 마리가 먹이를 먹고 있었다. 바다 물은 탁하고 박테리아 층이 유막처럼 수면을 덮고 있다. 건조한 지옥이었던 앞서와는 달리 사우나처럼 습하고 더운 해변은 숨 막히고 땀이 증발하지 않아 몸을 식힐 수 없다.
고온에 산소가 부족한 바다에서 번식할 수 있는 것은 이매패류와 박테리아뿐이다. 걸쭉하고 무지개색 수프 같은 바다에서는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썩은 달걀 같은 냄새가 나는 황화수소 안개가 피어오른다.
더위와 악취, 짙은 이산화탄소로 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수평선 너머로 본 적 없이 거대한 폭풍이 다가왔다. 거대하고 고온 바다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공급되므로 이 시대 폭풍은 인류 시대 허리케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어서 도착한 곳은 후기 석탄기에 해당하는 3억 2,000만 년 전 적도 부근. 여름 외 계절이 존재하지 않는 초대륙에는 지구 역사상 최대 습지대가 펼쳐져 있고 죽은 식물이 부패해 분해되는 속도를 넘어서는 속도로 정글이 성장하고 있다.
식물과 생명 낙원일지 모르지만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다. 거대한 식물군 번식으로 대기 산소 농도는 인류 시대 1.6배에 달해, 들이마시면 시각이 예민해지고 초조함에 사로잡힌다. 이 시대 패자는 절지동물로, 곤충은 짙은 산소 덕분에 전무후무한 거대화를 이뤘다. 머리 위에서는 날개 너비가 1m에 가까운 거대 잠자리가 헬리콥터 같은 소리를 낸다.
한편 지상에는 자동차만한 크기의 지네인 아트로플루라가 무수한 다리를 움직이며 기어 다니고 있다. 육식성 거대 전갈인 풀모노스코르피우스는 곤충 뿐 아니라 동물도 먹이로 삼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이 시대 습한 공기는 극단적인 뇌우를 일으키고 풍부한 산소로 인해 작은 낙뢰도 대형 화재로 이어진다. 가는 곳마다 폭풍을 만나는 걸 저주하면서 다음 시대로 이동한다.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도착한 곳은 4억 년 전 초기 데본기다. 산소는 15%로 현대보다 21%보다 옅고 하늘은 섬뜩할 정도로 푸르스름하게 보이지만 비교적 온화하고 강력한 폭풍도 오지 않는 듯하다. 높이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균류인 프로토타키사이트가 즐비하고 떠다니는 포자가 태양광을 받아 반짝거리며, 외계 행성과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다. 사상균 탑 사이에는 잎도 꽃도 없는 원시적인 식물이나 작은 균류가 자라고 있다. 동물 기척은 없고, 움직이는 것은 거대 버섯에 구멍을 내고 있는 곤충 정도다. 해가 지면 옅은 대기를 통해 별과 은하수가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보이고, 기괴한 버섯 탑이 하얗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