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이런 압력이 높아지는 것과 일치하듯 대만에서 말레이시아로의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말레이시아가 밀수 거점이 되고 있을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만 국제무역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레이시아로의 컴퓨터 시스템 제품 수출액은 18억 7,389만 달러로 2024년 3월 4억 192만 달러에서 전년 동월 대비 366% 증가했으며 2023년 3월 340만 달러와 비교하면 5만 5,000% 이상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월 AI 확산 규칙을 발표했으며 5월 15일 시행이 임박함에 따라 선수요로 AI 하드웨어 수입액이 급증하는 것 자체는 그리 부자연스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고성능 CPU와 GPU 판매를 제한한 직후인 2023년 12월에도 대만에서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급증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기업은 AI 서버 뿐 아니라 대만에서의 부품 구매도 가속화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중국으로의 밀수가 거론되고 있는 엔비디아 H100을 비롯한 AI 액셀러레이터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3월 엔비디아제 칩을 중국으로 밀수하려던 용의자가 싱가포르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이기도 한 점 등으로 미뤄 대만에서 말레이시아로의 반도체 출하 급증은 말레이시아가 클라우드 AI 데이터센터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으로의 규제 대상 부품 추가 밀수 중계지가 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된다.
이 추측에는 주의할 점도 있다. 대만 당국은 HS 코드에 기초해 수출 품목을 세밀하게 집계하고 있지만 공개 데이터에서는 품목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말레이시아로 수출되는 컴퓨터 시스템에는 저렴한 노트북부터 고가 AI 서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HS 코드로는 AI 서버와 저렴한 노트북을 구별할 수 없지만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 AI용 GPU 수출을 제한한 직후부터 대만에서 말레이시아로의 컴퓨터 시스템 수출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건 명백하다. 또 미국 정부는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에 중국으로 수출되는 하이테크 제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도록 요청했으며 이는 엔비디아 하이엔드 GPU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