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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새 외계 생명체 발견할지도…칠레에 초대형 망원경 건설중

칠레 북부 해발 3000m 아마조네스 산에서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초대형 망원경(ELT)은 주반사경 배열 유효 직경이 39m에 달하는 말 그대로 거대한 망원경으로 완성되면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16배 선명한 우주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멀리 떨어진 행성에 생명체가 있는지 조사하는 생명 탐사에서는 해당 행성에 대기가 있는지와 대기 성분이 중요한 단서가 되지만 작은 행성 표면을 얇게 덮고 있는 대기층을 관측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칠레에서 건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9년 가동을 시작하면 단 몇 시간 만에 태양계 외 행성의 대기 성분을 파악할 수 있는 초대형 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이 눈길을 끈다.

ELT가 갖춘 가장 강력한 능력 중 하나는 태양계 외 행성의 대기에서 방출되는 미약한 대기 스펙트럼을 포착하는 기능이다. 현재는 다른 행성계 대기를 조사하기 위해 행성이 주항성 앞을 지나가는 순간에 행성 대기를 통과한 아주 작은 빛을 포착해 흡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트랜짓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행성에 물, 이산화탄소, 산소 등 생명체에 중요한 성분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해당 데이터가 항상 결정적인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지구에서 40.5광년 떨어진 TRAPPIST-1이라는 항성을 공전하는 행성을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는 TRAPPIST-1b나 TRAPPIST-1c에는 대기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해당 데이터는 대기 존재를 부정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 ELT는 JWST에서는 관측할 수 없었던 얇은 대기 스펙트럼을 포착해 실제로 이 행성에 대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트랜짓 방법은 다른 별 앞을 행성이 지나갈 때만 그 행성을 조사할 수 있지만 ELT가 지닌 정밀도라면 항성 반사광을 이용해 별 앞을 지나지 않는 태양계 외 행성의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워싱턴 대학 천문학자인 빅토리아 메도우즈와 마일스 커리는 태양계 외 행성으로는 가장 인기 있는 적색 왜성 주위를 도는 행성 관측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했다.

테스트 케이스가 된 건 물과 광합성 식물이 풍부한 비산업화 시대 지구, 생명체가 번성하기 시작한 초기 시생대 지구, 아직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앞으로 태어날 가능성을 지닌 생명 탄생 이전 지구, 지구와 비슷하지만 화성이나 금성처럼 바다가 증발한 가양성 별 등 4가지다. 또 비교를 위해 해왕성 크기 별도 추가로 시뮬레이션됐다.

지구와 비슷한 불모의 별을 연구 주제로 선택한 목적은 ELT가 지구와 같은 다양한 행성을 구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관측 데이터에 가양성이나 가음성을 판단하기 위한 단서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일 오탐지 징후가 ELT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생명체가 있는데도 이를 놓치거나 반대로 불모의 별을 생명체가 넘치는 별이라고 오해할 위험이 있다.

검증 결과 연구 그룹은 비교적 가까운 행성계라면 정확하고 분명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밝혀냈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 켄타우리 주위를 도는 행성의 경우 단 10시간 관측으로 지구와 비슷한 행성에 생명체가 있는 것을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두꺼운 대기를 가진 해왕성 크기 행성이라면 1시간만 관측해도 대기 스펙트럼을 포착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망원경에 빛을 들여오는 퍼스트 라이트를 2029년 예정하고 있는 ELT에 대해 만일 가까운 행성계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ELT는 그것을 탐지할 수 있을 것이며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의문에 대한 답이 단 몇 년 안에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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