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선박과학연구센터와 산하 심해 유인잠수정 국가중점실험실이 수심 4,000m까지 대응 가능한 심해 케이블 절단 장치를 개발했다. 강철, 고무, 중합체로 덮인 장갑 케이블을 절단할 수 있으며 해양 자원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민간용 장비라고 밝혔다.
케이블 절단 장치를 개발한 엔지니어 후하오롱이 이끄는 개발팀은 수압이 400기압을 넘는 가혹한 환경에서 장치가 견딜 수 있도록 티타늄 합금 외장을 설계했다. 제한된 심해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저출력 모터를 사용하고 다이아몬드로 코팅된 지름 15cm 연마 휠을 분당 1,600회 회전시켜 해양 퇴적물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강철로 덮인 케이블을 분쇄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개발팀은 이 케이블의 용도가 해양 자원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심해 스테이션을 건설하고 연구개발 목적으로 장기 체류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케이블은 이런 용도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중국이 개발한 1만m급 유인잠수정 분두저(Fendouzhe)에도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한편 일부에선 해저 케이블 절단 장치에 다른 용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경에는 발트해 주변에서 빈번히 발생한 해저 케이블 절단 사례가 있다. 2023년 10월에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발트해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과 통신 케이블이 손상됐고 핀란드 당국은 홍콩 국적 컨테이너선에 대해 케이블 손상이 항해 동향과 일치했다며 수사를 진행했다. 이어 2024년 11월에는 리투아니아와 스웨덴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및 핀란드와 독일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이 연이어 절단됐고 중국 국적 화물선이 수사 대상이 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해저 송전 케이블이 손상되어 핀란드 당국은 홍콩 국기를 단 화물선과 러시아 탱커선 소행을 의심하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이런 일련의 사건은 단순한 사고였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해저 케이블은 국가 간 통신을 확립하는 중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각국은 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해저 케이블 사업을 영위하는 중국 기업 화웨이 마린을 특정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엔티티 리스트에 추가하거나 로스앤젤레스와 홍콩을 1만 3,000km 케이블로 직접 연결하는 구글과 메타 계획을 데이터가 중국에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중단시키는 등 대중국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군은 발트해 바닥을 지나는 전력 및 통신 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해 무인 수상함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당국과 협력해 중요 지역을 24시간 365일 상시 감시할 계획이다.
보도에선 미군 방어 전략에 필수적인 괌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 인근 케이블이 절단되면 지정학적 위기를 알리는 세계적 통신이 방해될 수 있다며 이번에 개발된 해저 케이블 절단 장치에는 군사용 목적이 전제되어 있는 게 아니냐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