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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챗GPT 존재 예견한 SF작가가 말하는 AI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고 다이아몬드 에이지(Diamond Age)에선 소녀 학습 스타일에 맞춰 가정굣를 하는 챗GPT 같은 존재를 그린 SF 작가 닐 스티븐슨(Neal Town Stephenson)이 생성형 AI나 메타버스가 널리 이용되게 된 시대에 사는 심경을 밝혀 눈길을 끈다.

스티븐슨은 최근 AI에 대해 비관적이며 챗봇은 만능이 아니라 정확하게 보이는 문장을 만드는 통계 엔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에이지에는 등장하는 소녀에 맞춘 교육이 진행되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이는 많은 기업이 생각하는 AI 챗봇이나 어시스턴트 비전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는 이 아이디어는 자신에게 아이가 태어났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아기 침대에 매달린 장난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아기는 미세한 모양까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인지 장난감은 단순한 형태를 취하다가 시간 경과에 따라 연령에 맞춰 다른 세트를 매다는 형태였다. 이 아이디어를 다른 모든 지적 성장에도 응용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는 것.

현재 많은 기업이 사용자 맞춤형 AI 어시스턴트를 만들려 한다. 현재 생성형 AI 모델 중에서 다이아몬드 에이지와 같거나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건 있을까. 그는 1년 전 비디오 게임 AI 캐릭터를 만드는 스타트업과 일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AI에 준 정보로부터 어떤 새로운 패턴이 태어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그의 생각에는 대부분 응용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다고 말한다. 챗GPT를 사용해 법률 문서를 작성한 변호사 예를 알고 있지만 AI는 그럴듯하게 보이는 과거 사례와 판례를 엮었을 뿐이었지만 이런 모델을 교육에 활용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I가 하고 있는 건 올바르게 보이는 문장을 생성하는 것이며 이 문장이 올바른지 어떤지를 실제로 판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 정리를 AI가 아이에게 가르친다는 예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단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 각자 학습 스타일을 이해하는 존재이며 수천 가지 중 아이 학습 방법에 가장 적합한 걸 곧바로 도출하는 것이라며 이는 달리나 기타 대규모언어모델과 다른 유형 AI 응용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 한 인터뷰에서 생성형 AI가 만든 아티팩트에 대해 공허하고 재미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스티븐슨은 이 발언을 할 당시 염두에 둔 건 이미지 생성 기술 현상이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규모언어모델에는 인간 아티스트 수천 명 성과가 크레딧 없이 사용되고 있다. 조금 과장하면 이런 새로운 기술 응용은 아티스트 상황을 안 좋게 하는 것 같다는 것.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런 생성형 AI가 상상을 끊는 규모로 기계화되어 무기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 초기 단계에서 AI에 열중한 많은 이들이 방대한 콘텐츠를 만들어 이를 인터넷상에서 마음대로 공개하는 것에도 놀랐다고 한다. 만일 누군가 고생하고 캔버스와 페인트를 이용하면서 그림을 그렸다면 결과가 나쁘거나 좋겠지만 이 역시 아티스트로서 내린 수많은 미세한 결정의 아티팩트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프로그램 출력에는 이런 게 없다는 것.

다이아몬드 에이지 속 또 다른 주제는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지위에 있는 아이가 어떻게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다. 그의 소설에선 중류 계급과 노동자 계급 소녀가 생성형 AI 같은 존재와 교류하는 이야기도 그린다. 현재 많은 생성형 AI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기술은 비싸다. 생성형 AI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될까.

스티븐슨은 이 소설은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대에 썼기 때문에 조금은 초기 인터넷 유토피아주의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 지식이 온라인화되면 누구나 몰려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실은 기껏해야 틱톡에서 영상을 볼 정도라며 다이아몬드 에이지는 지식이라는 게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당시 다른 많은 이들과 공유했던 소박한 생각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생성형 AI 탄생은 트랜지스터가 발명됐을 때와 같은 공기를 수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처럼 트랜지스터를 채용한 제품은 지금은 많지만 당시에는 트랜지스터가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몰랐다. 그는 이제 AI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단계에 있다며 여러 제품이 나올 것으로 확신하며 수백만 명의 열정적 상상력은 한 사람의 상상력을 훨씬 능가하는 흥미로운 걸 창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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