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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찍은 애플 이벤트서 배우는 영상 촬영법

애플이 10월 31일 개최한 이벤트는 모두 아이폰15 프로 맥스로 영상을 촬영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 제작자이자 카메라맨인 스튜 매시비츠가 애플이 아이폰15 프로 맥스로 이벤트 영상을 촬영한 방법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끈다.

애플은 제품 발표 이벤트를 아이폰15 프로 맥스로 촬영했고 사용한 기재나 촬영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애플 촬영 현장에선 고기능 카메라 리그나 크레인 등 프로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재를 이용해 촬영했다. 아이폰으로 촬영했다는 애플 측 설명이 당신도 그렇게 촬영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좋은 장비를 사용하는 게 반드시 멋진 영상을 촬영하는데 필요하지는 않다.

애플 촬영 현장에선 하이엔드 카메라 리그와 레일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런 장비는 어디까지나 무거운 카메라를 이용해 부드러운 영상을 찍는데 필요한 장비이며 아이폰15 프로 맥스 같은 가벼운 카메라의 경우에는 필요가 없다.

밤 번화가에서 인물을 찍는다고 하면 촬영용 조명은 휴대형 LED 조명 2개, 촬영 카메라는 짐벌에 DSLR 등 간소한 장비면 충분하다. 짐벌에 긴 받침대 하나를 장착해 소지하면서 크레인 촬영 같은 걸 찍을 수도 있다. 짐벌은 손떨림은 최대한 억제해 충분히 고품질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아이폰15 프로 맥스에서 다양한 촬영을 하려면 짐벌이나 삼각대 등 기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일반 판매품으로 충분하며 애플이 이벤트 촬영을 위해 사용하던 것 같은 고급 대형 장비는 필요하지 않다.

또 애플은 아이폰15 프로 맥스에서 촬영하는 순정 카메라 앱이 아니라 블랙매직 카메라(Blackmagic Camera)라는 무료 앱을 사용했다. 블랙매직 카메라는 촬영 해상도나 코덱, 색 공간 등을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어 애플 이벤트 영상은 애플 로그(Apple Log)에서 촬영되고 있었다. 블랙매직 카메라는 컬러 그레이딩 프리셋인 LUT를 프리뷰에 적용하면서 로그 촬영을 할 수 있는 게 순정 카메라 앱과 크게 다른 점이다.

또 블랙매직 카메라에서 뛰어난 기능 중 하나는 마치 시네마 카메라처럼 셔터 속도를 각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보통 카메라 셔터 속도는 필름에 노출되는 시간을 의미해 60분의 1초, 200분의 1초처럼 초 단위로 표시된다. 하지만 필름 시네마 카메라는 반원을 회전시켜 셔터를 자르기 때문에 영화 업계에선 프레임당 셔터가 몇 번 회전하는지 셔터 각도가 사용된다.

연속 영상을 촬영할 때에도 셔터 속도 설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24fps로 영상을 촬영할 때 셔터 속도를 48분의 1초로 설정하면 셔터 각도는 180도가 된다. 영상 업계에선 셔터 각도를 180도로 하면 딱 좋다는 180도 셔터의 법칙이라는 경험칙이 있어 셔터 각도를 180도보다 크게 하면 영상 흔들림이 커지고 180도보다 작으면 영상 흔들림이 작아진다고 한다. 다시 말해 찍고 싶은 영상에 맞춰 셔터 각도를 조정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영상 노출은 렌즈 조리개, ISO 감도, 셔터 속도 3개로 설정할 수 있다. 아이폰15 프로 맥스 렌즈에는 가변 조리개가 없어 노출을 제어하기 위해 ISO 감도와 셔터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

애플은 거대한 조명 장비를 사용하면서도 이 작품 자체는 저저도로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렌즈에 들어오는 광량 자체를 제한하려면 ND 필터를 사용해야 하지만 애플이 ND 필터를 사용한 모습은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애플은 화질을 우선해 ND 필터 사용을 피하고 ISO 감도를 낮게 설정해 촬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SO 감도를 낮추면 화면 밝기가 떨어지지만 노이즈가 줄어든다. 아이폰15 프로 맥스 다이내믹 레인지를 최대한 살린다면 ISO 감도는 110∼1145가 최적이라고 한다. 그래도 ISO 감도를 낮춘 건 애플이 다이내믹 레인지보다 저노이즈를 우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저조도로 촬영하는 애플 방식이 아이폰15 프로 맥스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최적이라는 건 아니다. ISO 감도를 적당하게 설정하거나 빛을 비추는 방향이나 색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조명을 단지 비추는 것뿐만 아니라 광원 균형을 잡는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거대한 조명기재로 강한 빛을 비추면 렌즈 플레어나 고스트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애플은 상당히 큰 매트박스를 장착하고 있다.

이 전문가가 아이폰15 프로 맥스로 영상을 촬영하는 조언을 한 걸 정리해보면 먼저 카메라 기재를 사용한다. 다만 고급스러운 게 아니어도 된다. 조명을 올바르게 사용한다. 블랙매직 카메라 등 세세한 설정이 가능한 카메라 앱을 사용한다. 셔터 각도는 가능한 180도를 이용한다. 매트박스나 검은 테이프를 이용해 렌즈 내에 빛이 들어가지 않게 한다. 프리뷰에 LUT를 적용하면서 로그 촬영을 실시한다. 로그 촬영을 한 뒤 색 편집에선 우수한 색 편집 기사를 고용한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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