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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를 야생풀로 바꿨더니…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킹스칼리지 명물인 잔디밭을 야생 풀꽃으로 바꾸면 식생이 풍부해져 보호가 필요한 종을 포함한 생물이 늘어나고 히트아일랜드(heat island) 현상이 억제되어 시원해지고 관리 수고가 줄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삭감되는 등 이점이 다수 있었다고 보고됐다.

멋진 잔디는 집주인과 지주의 부와 지위 상징이며 거리 풍경 미관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빠뜨릴 수 없는 요소로 여겨져 왔다. 이런 문화를 배경으로 킹스칼리지에선 1772년부터 잔디가 유지되어 왔지만 정중하게 깎인 잔디는 야생풀이 자라는 초원에 비해 관리에 비용이 들고 생물 다양성도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도심 잔티밭을 초원으로 대체했을 때 영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킹스칼리지는 2019년부터 뒤뜰(King’s Back Lawn) 40%에 잔디가 아니라 야생 풀꽃을 심는 실험을 실시했다. 초원은 가능하면 켈트에서 유래한 전통 관습 라마스(Lammas)에 따라 관리되며 8월 1일 라마스의 날과 12월 2회로 나눠 350mm 정도 높이로 깎여졌다. 또 방문객이 늘어나는 시즌에는 수작업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잡초가 제거됐다.

한편 나머지 잔디는 기존대로 3월부터 9월까지는 주 2회 잔디 깎기, 10월부터 12월까지는 주1회 잔디깎기, 1월과 2월에는 격주에서의 잔디깎기가 여름과 봄에 비료가 뿌려져 1년에 1∼2회 제초제가 살포됐다. 제초제 살포량은 최소한으로 하고 살충제는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한 살수는 실시하지 않게 했다.

실험 2년 뒤인 2021년 잔디밭과 초원을 비교했더니 초원 식물종 다양성은 잔디에 비해 3.6배가 풍부하다고 한다. 연구에서 채취된 식물은 84종류도 있었지만 그 중 사람 손으로 반입된 건 33종류만으로 나머지는 모두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식물 이외 생물도 초원 쪽이 많아 초원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 총 바이오매스는 잔디 25배나 있었다.

벌체 개체수로 비교하면 채취용 함정에 걸린 거미나 거북이 수는 잔디보다 초원 쪽이 3.8배 많아 벌레를 먹는 박쥐가 날리는 빈도도 초원 쪽이 3.1배 높아졌다. 또 초원은 잔디에 비해 잔디 깎기 등이 적어 손질이 간단하고 이 영향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1헥타르당 연간 1.36톤 삭감할 수 있다는 것. 이는 런던에서 뉴욕행 비행기 왕복 1회분에 해당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잔디가 자라는 계절이 길어지면 그만큼 잔디밭 유지에 필요한 잔디 깎기가 늘어나 잔디밭과 초원간 차이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초원은 생물과 지구 환경 뿐 아니라 인근 주민에에게도 직접적 이점을 제공한다. 연구팀이 항공 사진과 위성 영상을 바탕으로 초원과 잔디 태양광 반사율을 계산한 결과 초원은 잔디에 비해 25%나 반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부는 히트 아일랜드 현상에 의해 기온이 높아지기 때문에 태양광을 더 많이 반사하는 것에 의한 냉각 효과는 여름 더위에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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