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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리튬이온 배터리 재사용 금지 법안, 우려 나오는 이유

스마트폰에서 전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배터리로 구동하는 광범위한 장치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발화, 폭발 우려가 있어 실제로 헤드폰이나 스마트폰 등이 폭발하는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이런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을 우려해 미국 뉴욕에선 리튬이온 배터리 재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지만 이 법안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가 경고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선 2022년 전동 자전거에 쌓인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뉴욕 소방국에 따르면 2022년 4월 전동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로 인해 40건 이상 화재가 발생하고 같은 원인으로 200건 이상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 사태에 따라 뉴욕시 의회에는 전자기기에서 사용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수리할 권리를 방해할 수 있다며 일부 전문가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문제시되는 법안은 전동 자전거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종류 전자기기에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재이용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수리할 권리를 주장하는 비영리단체(The Repair Association)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 재이용을 금지한 법안에 대해 배터리를 포함한 중고품 등 거래를 금지하는 것까지 발전할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냐고 되묻는다.

수리할 권리는 가정용 가전 제품 수리 등에 의해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생태계 형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뉴욕 주 의회도 수리할 권리를 지지하고 이으며 2022년 6월에는 미국 내 첫 전자기기 수리 권리 관련 법률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 법이 가결된 이후 뉴욕 주지사는 이 법에 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에서 전동 자전거 화재가 문제가 되면서 이 수리할 권리가 침해될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시 의회는 전기 자전거로 인한 화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 5개 법안을 고안하고 있다. 이 법안 중 3개는 소방서 정보 캠페인과 보고 요건에 관한 것이며 1개는 전기 자동차 등 모빌리티에서 인증이 끝난 배터리만 탑재하는 걸 의무화한다는 것. 5번째가 전기 자전거에만 한정하지 않고 모든 종류 전자기기에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재이용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 5번째가 수리할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전동 자전거는 메이커 제품이 아니라 개조, 강화된 스쿠터 같은 것이라고 한다. DIY 문화로 만들어진 이런 종류 개조형 이륜은 가연성 화학 물질을 포함한 비교적 큰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개조 이륜이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지만 화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게 문제다. 리튬이온 배터리 발화나 폭발은 부적절한 제조 방법이 원인이거나 배터리 손상 혹은 부적절한 충전 방법 등 원인이 다양하다. 해결책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뉴욕시 의회는 5가지 법안을 고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5번째 법안이 실현되면 뉴욕에서 중고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중고품 전기 제품 모두를 판매할 수 없게 되어버릴 가능성이 지적된다. 한 전문가는 뉴욕시 의회에 제출된 법안이 전기차 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 자동차 업계에선 중고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여러 개 조합해 배터리를 수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뉴욕시 법안이 상황을 복잡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재사용은 지속 가능한 전기차 전환에 필수적 요소이며 이를 포기하면 순환형 사회 구축을 위한 중요한 요소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배터리 재사용 금지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픽스잇 카일 웨인스 CEO 역시 이 법안 혜택을 받는 배터리 인증 기업이나 연구소 측조차 배터리 재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한다고 지적한다. 또 재사용 배터리가 새로운 배터리보다 위험하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면서 배터리 재사용 금지 법안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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