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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리 예견한 우크라이나 침공 보고서

2022년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갑자기 막이 올랐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실제로는 2014년 크리미아 위기로 대표되듯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긴장 상태는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이 정말 갑자기였을까 의문에 대해 미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전략 국제문제연구소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가 2022년 1월 13일 공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라는 리포트를 보면 놀라운 정확도로 사태가 예상됐다는 걸 알 수 있다.

CSIS는 연구소 수석 부사장으로 방위 전략과 국토 안보 등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 안보 프로그램 소장을 맡은 세스 존스(Seth G. Jones)가 저술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쓰인 리포트는 미국이나 나토(NATO) 국가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읽으면 한층 더 시사가 풍부하게 느껴진다.

당시 러시아 외교를 보여주는 증거로 꼽힌 게 2021년 12월 관측된 러시아 엘리냐에 주둔하고 있는 전력 증강이다. 엘리냐는 수도 키이우 북도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거리상 벨라루스에 가까운 도시다. 엘리냐에는 2021년 12월 9일 시점 주력 전차와 자주포, 보병 전투차, 다연장 로켓 시스템, 9K720 이스칸데르, 견인포 등 육군 전력이 배치되고 있는 게 확인되고 있었다.

존스에 따르면 푸틴 정권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토 확대 저지, 유럽에서 미국 핵무기 철거, 러시아 세력권 확보 등이다. 이번은 첫 단계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조지아가 나토나 EU 등 다른 군사 경제 연합에 속하는 걸 막는 것으로 이들 3국에 대한 외교, 안전 보장, 정책을 러시아가 잡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 존스는 요컨대 소련연방 붕괴 30년이 지난 지금 한때 소련연방을 구성하던 공화국이던 국가가 독립된 주권 국가가 될 수 있는지 아니면 모스크바를 사실상 주권자로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대립으로 요약하고 있다.

이 목표에 대해 러시아가 실행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은 6종류라고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협상 성공 이후 지상군 일부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다시 전개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파-반우크라이나 정부 세력 지원을 계속하는 것. 둘째는 친러시아 측 무장 세력이 실효 지배하는 도네츠크 등에 러시아군을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목으로 보내고 우크라이나 정부 측이 민스크 합의를 이행할 때까지 철군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드리프로강 동쪽 우크라이나령을 점령하고 협상 대상으로 취급하거나 러시아령으로 편입하는 것이다. 넷째는 도니프로강 이후 오크라이나령과 흑해를 향한 영토를 러시아령에 편입해 우크라이나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5번째는 흑해를 향한 영토만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바다 측 교역망을 끊는 동시에 담수 공급을 끊는 것이다. 마지막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하고 벨라루스와 함께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로 이뤄진 슬라브 신연합국을 선언하는 것이다.

존스는 어떤 군사 옵션에서도 러시아는 먼저 우크라이나 군사 지휘 통제 시스템, 공공 통신망, 전력망 기능을 저하시키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실행한 뒤 우크라이나 공군과 방고망 시스템에 대한 폭격과 미사일 공격을 하고 항공 우세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군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에는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확인됐으며 방공 시스템에 대한 공격도 현실이 되고 있다.

존스는 또 러시아의 성공 전망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론 보유 전력으로 압도적 우위에 선 러시아 측이 유리하지만 러시아 측 병사에는 치명적 문제가 있다는 견해나 우크랑이나 측 사기가 전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논하고 있다. 사기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측 사기가 어떻게 될지 개전까지는 모르지만 러시아 육군 중 3분의 1은 징병 병사로 이뤄져 있어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사자가 늘어날수록 일반병에서 러시아 국민에 이르기까지 반전 감정이 만연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의 훈련을 받지 않은 예비역이나 징병자 비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부대 결속력이 저하된다는 것. 이런 결속력 저하는 국내 반전 감정으로 발전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실제로 러시아군 사기가 낮은 점이나 병사 문제로 침공에 지연이 생겼다는 분석이 보도되고 있어 그의 예견이 미래를 내다봤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보고서 후반에는 개전하면 서부 국가가 취해야 할 행동도 다루고 있다. 이 장에선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SWIFT)에서 분리하는 조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종 전략 물자 무상 공여, 통신 방해 작전과 정보 제공, 러시아 측 각종 공격 정ㅇ보나 주요 부대 위치 정보 공여, 예상되는 러시아 측 가스 공급 정치 조치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나토 국가에 대한 경제 지원, 우크라이나-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 정확한 정보를 공급하기 위한 퍼블릭 디플로머시(Public Diplomacy),와 미디어 방송 실시, 벨라루스에 외교 압력을 가해 러시아 측에 대한 협력 거부 조치,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 문서화 등을 제언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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