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에서 잡힌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하룻밤 사이 백발이 되어버렸다는 유명한 얘기는 스트레스와 백발 관계를 나타내는 일화다. 개인이 느끼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머리카락 색소 침착 상관성을 아는 건 어렵기 때문에 진위는 물론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자원봉사자 14명에게 스트레스 일지를 매일 작성하게 해 주당 일상 스트레스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머리카락 샘플을 취하고 스트레스와 해당 기간 성장한 부분 머리카락 내 색소 침착 정도와 상관관계를 따졌다. 참고로 인간 머리카락은 1시간에 20분의 1mm 가량 성장한다.
백발 정도라고 해도 머리카락 부분에서 색상 변화가 선명하고 명확하게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육안으로 이를 확인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연구팀은 고해상도 스캐너를 통해 미묘한 색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머리카락 색 변화를 해당 참여자가 작성한 스트레스 일지와 비교한 결과 놀라운 발견이 있었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백발 사이 뚜렷한 상관관계 뿐 아니라 스트레스가 완화되면 일시적으로 백발화되어 있던 부분 색이 원래 농도로 돌아가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학 기간 중 레저를 한 사람 두발 5개를 조사한 결과 휴가 기간 중 머리카락이 흑발로 돌아온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백발이 원래 색으로 돌아간 걸 정량으로 기록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또 머리카락 길이에 따라 수천 가지 단백질량을 측정한 결과 백발이 변화함에 따라 300종류 단백질이 변화하고 있었다. 연구팀이 이 변화가 스트레스에 의해 미토콘드리아 변화를 초래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동력원이라는 역할 뿐 아니라 실제로는 마치 작은 안테나처럼 심리적 스트레스를 포함해 다양한 신호에 반응한다고 밝히고 있다.
컬럼비아대학 연구는 사람의 백발 발생 메커니즘이 가역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모든 백발 발생 매커니즘에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수학적 모델에 따르면 백발이 되기 전에 머리가 임계치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생물학적인 연령과 기타 요인에 따라 머리가 이 한계에 도달하면 스트레스가 임계값을 초과, 백발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랫동안 백발이 된 70대가 스트레스를 철저하게 줄여도 머리카락이 검게 되는 건 아니며 청소년이 어느 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머리가 백발이 되는 임계값을 초과하는 경우도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참고로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2020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실험용 쥐에 급성 스트레스를 준 결과 모근 색소 생성 줄기세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