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엘살바도르는 2021년 6월 의회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비트코인을 공식 통화로 채택한 세계 첫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엘살바도르 해변에 위치한 인구 3,000명인 작은 어촌 마을이 비트코인으로 경제를 돌리는 비트코인비치(Bitcoin Beach)로 탈바꿈한다고 한다.
엘살바도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엘존테(El Zonte)는 서핑과 낚시로 유명한 인구 3,000명 거주 마을이다. 보도에 따르면 엘존테는 주민 대부분이 가난하고 도로는 비포장이며 하수 정비가 진행되지도 않은 시골이다. 이런 엘존테에 변화가 생긴 건 미국에 거주하는 익명 투자자가 2019년 엘존테 지역 단체에 비트코인 거액을 기부한 게 계기였다. 갑자기 비트코인을 얻게 된 엘존테는 이를 밑천삼아 지역 경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주민에게 비트코인 결제용 앱을 배포하고 비트코인을 마을에 정착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인 비트코인비치를 시작했다.
익명 투자자는 자국 법정통화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공식 사용하는 엘살바도르 경제 실태와 엘존테 거주민이 대부분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엘존테에서 사회적 실험을 하도록 기부한 것이다. 실제로 마을에서 의뢰를 받아 엘좉테 비트코인 결제 앱인 비트코인 비치 월넛(Bitcoin Beach Wallet)을 개발한 가로이머니(Galoy Money) 설립자인 크리스 헌터는 엘존테는 비트코인 실험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9년 시작된 비트코인비치지만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한 프로젝트 핵심 멤버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들었을 땐 믿을 수 없는 얘기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거주 익명 기부자가 비트코인 지역 경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듣고 잘하면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부터 부자까지 동일 출발선에 설 수 있고 엘존테를 바꿀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단 기술 저항이 낮은 10대에게 비트코인을 지불해 해안 청소를 하게 하거나 현지 매장에서 흥정할 때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는 등 조금씩 비트코인을 마을에 넓혀갔다. 이런 엘존테에 비트코인 보급 관건이 된 건 2019년말 발견된 코로나19 감염이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을을 지탱하던 기존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마을 각 가정에 매달 35달러 상당 비트코인을 송금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비치 개시일부터 1년 반 이후 마을 가구 중 90%가 비트코인을 사용하게 됐고 마을에 있는 사업자 40곳 이상이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들이게 되는 등 비트코인은 급속도로 마을에 퍼졌다. 주민들이 비트코인 결제에 사용하는 비트코인비치 월넛은 달러와 비트코인 시세로 어떤 가게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또 비트코인 결제 대응 여부와 관계없이 마을 가격 표시는 모두 달러로 통일되어 있으며 비트코인 시세가 변동해도 카푸치노 1잔은 항상 3.5달러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통화보다는 통화를 매개하는 대용화폐로 기능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 생활에 빠르게 침투한 비트코인이지만 마을 사람 삶을 변화시킨 건 없다. 마을에서 가게 운영자는 비트코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 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주민 85%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은 양철 지붕과 토방이 있는 작은 집에서 거주한다.
물론 혜택을 실감하는 사람도 있다. 한 건설업 경영자는 가까운 은행에 가서 1시간 걸리는데 직원 월급을 지불하기 위해 매달 반나절이 소요됐다며 지금은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 직원 1명은 비트코인으로 치아를 치료한 적이 있고 지금은 소를 구입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모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험적인 프로젝트인 비트코인 비치는 일정한 성공을 거뒀지만 인구 3,000명 마을과 국가 규모는 다르다. 엘살바로드가 비트코인 도입에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 엘존테는 인터넷이 비교적 대중적인 지역이었지만 엘살바도르 전체 인터넷 보급률은 45% 밖에 안 된다. 또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항상 하락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