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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내부 팸플릿 보니…창고 노동자는 선수?

아마존 물류센터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장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오명은 고용 측면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불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물류센터 측은 워킹웰(working well)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팸플릿 속에서 직원 스스로를 거대한 기계에 내장된 기어가 아니라 산업 선수로 생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매일 창고를 최대 20km 걸을 수 있도록 평소에도 컨디션을 관리하고 소변 색깔을 보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팸플릿에는 직원 중에는 1시간에 평균 400kcal를 소비하는 직원도 있다며 선수로서 생활에 대비해 식생활과 수면 시간 확보, 소변 색에 주의해 탈수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히고 있다. 마치 이런 작업을 하는 방식이 당연한 것처럼 적었다는 것이다.

또 신발 엇갈림과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거나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며 마치 장거리 주자나 며칠 동안 계속 걸어야 하는 등산객에게 친숙한 충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는 보통 매일 경기가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일을 하려면 교육도 필요하지만 철저한 준비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곁들여야 한다. 또 교육 시간은 길어도 반나절 정도로 매일 교대로 8∼10시간 동안 연습하는 건 아니다. 식사도 영양사나 조리사가 영양 균형이 좋고 칼로리가 관리된 걸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아마존 창고 직원이 1시간에 평균 400kcal 를 소비한다면 일반인보다 2배 가까운 열량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아마존 직원 대부분은 타고난 스포츠맨도 아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매일 한 것도 아니다. 직장에 올 때까지 고급 육체노동을 경험해온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매일 녹초가 되면서 창고를 뛰는 집중력이 부족해질 수 있고 결국 재해에 이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

아마존 창고에서 중상 재해 건수는 2017∼2019년보다 2020년 현저하게 개선됐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곳 창고 노동자보다 2배 가량 중상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선수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직원에게 자발적으로 소변 색을 확인하라는 게 정말 직장 건강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고용주가 해야 할 일은 직원에게 체력적으로 무리 없는 속도로 업무 배분을 하고 건강 유지를 위한 지원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마존 측은 보도 이후 해당 팸플릿은 제작 직후 바로 폐기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직 직원에 따르면 2020년 11월 처음으로 해당 책자를 접한 뒤 몇 주 후에는 창고에서 대량 복사되어 배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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