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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1996년 구상한 미래형 디지털 지갑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현대 스마트폰 선구자 격인 월릿PC(wallet PC)라는 핸드헬드PC(Handheld Computer) 등장을 1996년 쓴 칼럼 미래의 디지털 지갑(THE DIGITAL WALLET OF THE FUTURE)에서 예언한 바 있다.

빌 게이츠가 1996년 제창한 월릿PC는 일반 사진 필름 정도에 컬러 스크린을 갖춘 호출키 크기 컴퓨터로 돈이나 열쇠, 신분증, 신용카드, 티켓 등 일상적으로 갖고 다니는 필수품의 대안이 될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는 또 월릿PC가 신문 등 읽을 거리나 주소록, 책과 사진, 계산기, 휴대전화, 호출기 등 모바일 정보 통신으로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지갑을 분실하거나 도난 당하는 건 결코 행복한 경험이 아니라면서 하지만 월릿PC가 앞으로 10년 안에 보급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갑 자체를 없앤다고 해서 반드시 지갑 내용물 모두가 사라진다는 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월릿PC의 장점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정보만 포함한 것으로 돈에서 사진까지 거의 모든 걸 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빌 게이츠는 월릿PC 본체는 저렴할 것이며 수백 달러 가격대에 좋은 카메라와 비슷한 가격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월릿PC에는 키보드가 없이 음성이나 필기에 의한 명령을 이해할 수 있고 전지구 측위 시스템 GSP 신호에 의해 지구상 어디에서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집에 가고 싶을 때에도 가장 가까운 공중 화장실 위치를 알고 싶을 때에도 월릿PC가 목적지까지 길을 알려줄 것이라며 현대 스마트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빌 게이츠는 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지폐와 동전이 아닌 디지털로 처리된다면서 월릿PC가 가계 컴퓨터와 연동해 계산대에서 교환하지 않고 돈 교환이 가능하다는 말로 현대 전자 화폐도 예언하고 있다. 그는 지폐는 익명성이 높은 무기명 금융 상품이며 지폐에 표시나 일련번호가 없으면 누군가가 현금을 훔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지털 머니는 보다 안전하고 익명일 필요가 없으며 익명이 아닌 디지털 머니를 누군가가 송금하면 어디에서 송금했는지 알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개인 정보를 저장하고 돈을 교환할 수 있는 월릿PC에 보안 문제가 있는 것도 빌 게이츠는 지적, 지문이나 음성, 생체 인식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 스마트폰은 지문이나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할 수 있고 생체 인식, 다단계 인증도 일반화되고 있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상적인 월릿PC 선구 격인 차세대 휴대기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칼럼을 쓰기 1년 전 그러니까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하드웨어 파트너가 월릿PC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하드웨어 비용이 높고 소프트웨어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개발을 중단한 것도 밝히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이 칼럼을 발표한 1996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가 핸드헬드PC용 운영체제인 윈도CE를 발표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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