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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쇼퍼 디지털 아카이빙에 나선 이들

한때 미국에서 간행됐던 컴퓨터 전문 잡지인 컴퓨터쇼퍼(Computer Shopper)는 다양한 제품 리뷰와 컴퓨터 관련 뉴스 외에도 모든 컴퓨터 관련 부품 광고와 BBS 목록도 게재됐다. 엄청난 페이지 수를 자랑하는 컴퓨터쇼퍼 아카이브를 스캔하는 장엄한 시도에 도전하는 제임스 스콧이라는 남성이 블로그를 통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컴퓨터쇼퍼는 1979년 간행을 시작한 컴퓨터 전문 월간지로 1980∼1990년대에 걸쳐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간행 당초에는 즐겁고 작은 타블로이드를 표방했지만 이후에는 독자를 압도할 만한 페이지수가 되어 1권이 800페이지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컴퓨터 전문지가 있었지만 컴퓨터쇼퍼가 두드러진 건 벤더가 개별 부품 최신 가격표를 올린 광고를 게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콘덴서와 전원, 배선, 스위치, 플로피디스크 등 모든 컴퓨터와 관련 가격이 컴퓨터쇼퍼에 게재되어 코어 사용자에게 유익했다는 설명이다.

또 권말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운영되던 모든 BBS 연락처가 게재되고 있어 온라인 버전 전화번호부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다양한 정보가 인터넷상에서 입수하게 되면 인쇄 매체 때문에 정보 전달 속도가 떨어지는 컴퓨터쇼퍼 수요는 줄며 2009년 결국 간행 종료를 맞게 됐다.

최근에는 다양한 과거 인쇄물이 디지털 스캔되어 보존, 공개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컴퓨터쇼퍼는 방대한 페이지수와 저품질 종이, 일반 스캐너에 들어갈 수 없는 페이지 크기, 꽉 찬 레이아웃 등 스캔하는데 장벽이 되어 왔다. 따라서 지금까지 컴퓨터쇼퍼를 디지털 스캔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스콧은 지금까지 누구도 컴퓨터쇼퍼를 디지털 스캔하고 있지 않으며 이대로는 컴퓨터쇼퍼에 게재된 정보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하려 했다고 밝히고 있다. 마침 이베이에 200호 가까운 컴퓨터쇼퍼 콜렉션을 출품한 사람이 나타났고 컬렉션 가격이 3,000달러로 결코 저렴한 건 아니었지만 1호마다 출품되는 컴퓨터쇼퍼는 최대 50달러에 이르기도 하다는 걸 감안하면 컬렉션은 권당 13달러로 저렴했다.

그는 3,000달러 기부가 모이면 컴퓨터쇼퍼 컬렉션을 낙찰받아 스캔할 것이라고 밝혔고 불과 3시간 만에 3,000달러가 모였다. 배달은 옵션이 아니었지만 일부 자원봉사자가 상자에 포장한 컴퓨터쇼퍼를 그의 자택까지 수송해주는 역할을 맡아 무사히 200호 가까운 컴퓨터쇼퍼가 도착했다고 한다.

또 타블로이드 정도 크기 종이를 스캔할 수 있는 스캐너는 꽤 고액이었지만 3,500달러짜리 후지쯔 업무용 스캐너를 익명 인물이 기부해줬다고 한다. 컴퓨터쇼퍼 컬렉션과 스캐너를 얻은 그는 드디어 잡지를 분해하고 디지털 스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가 인터넷에 공개한 제본된 잡지를 스캔하기 위해 분해하는 방법에 대한 문서에 따르면 뒤쪽 표지 접착제를 녹여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1장씩 분리한다.

실제로 스캔하면 컴퓨터쇼퍼는 얇은 종이를 이용해 이면 내용까지 인쇄되어 버리는 문제가 있었고 그는 게임 간행물 스캔을 인터넷상에 올려주는 단체(Gaming Alexandria)와 협력해 원시 데이터 가독성을 높인 버전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인터넷상 모든 정보와 과거에 간행된 잡지를 보존, 공개하는 인터넷 아카이브로 컴퓨터쇼퍼 1986년 2월호를 공개했다. 권당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컴퓨터쇼퍼를 분해하고 스캔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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