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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콤비네이터는 어떻게 성장했나

오픈AI, 스트라이프, 에어비앤비, 인스타카트, 도어대시, 드롭박스, 레딧 등 이름 있는 기업을 만들어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는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했을까.

와이콤비네이터는 폴 그레이엄, 제시카 리빙스톤, 트레버 블랙웰, 로버트 타판 모리스 4명이 만들었다. 앞선 3명은 대학원 시절 회사를 만들고 야후에 4,900만 달러에 매각한 경험이 있었다. 폴 그레이엄은 회사 매각 이후 7년간 왜 젊고 경험은 적어도 훌륭한 스타트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 회사를 설립하는 비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일반화된 이론을 짜냈다.

비용 면에서 크게 떨어진 건 3가지다. 첫째 하드웨어 비용으로 컴퓨터와 서버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둘째 광고비. 인터넷이 대중화된 덕에 무료 리뷰 프로모션이 효과적이었다.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사용자가 좋아하는 걸 만들 수 있다면 입소문에 따라 무료로 인지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인건비. 프로그래밍 기술이 발전해 프로그래머 생산성이 대폭 향상됐기 때문에 적은 직원으로 제품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폴 그레이엄은 자신의 에세이(How to Start a Startup)에서 사람을 고용하는 건 회사에 최악의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회사를 설립할 때 비용 대부분은 제품을 구축하기 위해 사람에게 지불하는 인건비이기 때문에 사람을 고용하지 않으면 창업 멤버 생활비만으로 창업하는 게 가능하다.

와이콤비네이터가 만들어진 2005년 시점에선 경험 적은 20대 창업자가 벤처캐피털로부터 진지하게 취급되는 일은 적었고 학생 같은 나이대 사람은 학생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이런 이들을 받아들이는 장소를 만든 것이다.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건 성장 뿐(Startup=Growth)이라고 말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나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등은 관계없이 어쨌든 주에 5∼7% 비율로 뭔가를 성장시키는 게 중요하다. 뭔가를 만들고 공개하고 성장하기 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마도 몇 주에 불과하다.

이런 내용을 정리해조면 와이콤비네이터 구조는 젊고 현명하고 정력적이며 결의에 찬 해커에 투자한다. 생활비로 충분한 돈은 주지만 그 이상은 결코 주지 않는다. 병행해 다수 스타트업을 지원해 아군을 늘린다는 것이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폴 그레이엄은 31개에 이르는 프로그래밍이나 스타트업 관련 에세이를 썼다. 슬러시닷 등 SNS나 해커 메일링 리스크로 주목받았고 2005년 폴 그레이엄의 강연에는 강당을 가득 채우고 정원을 넘어설 만큼 인기를 끌었다.

레딧 창업자 중 1명은 저서에서 당시 경험을 그레이엄은 완벽한 엔젤 투자자를 자신도 기술로 부자가 된 사람이라고 표현했고 그러자 강연장 가득했던 야심찬 창업자는 그게 자신은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동시에 실망한 괴짜 100명이 강연장에 퍼졌지만 창업자에 있어 작은 자금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되돌아보게 됐다.

동시에 실망한 괴짜 100명은 와이콤비에니터에 대한 시장으로부터의 응원이었다고 말한다. 2005년 3월 폴 그레이엄은 와이콤비네이터를 발표하고 2005년 여름 첫 배치를 시작했다. 첫 배치로 투자한 이들 중에는 레딧 창업자로 현 CEO인 스티브 허프만, 나중에 트위치 전신인 저스틴티비를 창업한 저스틴 강, 오픈AI를 창업하는 샘 알트만이 있었다고 한다.

플 그레이엄은 와이콤비네이터를 운영하면서 경이로운 페이스로 에세이를 계속 썼다. 모두 에세이를 읽고 SNS, 메일링리스크 등에서 댓글을 달 수 있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2007년 2웛 해커뉴스(Hacker News)를 발표하고 이런 댓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해커뉴스는 인터넷상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코멘트를 붙일 수 있는 사이트로 코멘트에 의해 미래 창업자를 특정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한다. 와이콤비네이터에 응모한 이들 중에는 이미 와이콤비네이터가 출자하고 있는 사람 친구이거나 스타트업 이벤트를 사전에 알고 있던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전 정보 없이 판단에 곤란한 경우가 있었다. 해커뉴스라는 커뮤니티를 작성해 신청 전 창업자 후보에 대해 와이콤비네이터가 알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와이콤비네이터에 신청하려면 해커뉴스와 공통 계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계정이 해커뉴스에 투고된 링크나 토론 내용을 읽는 것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빠르게 성장했으며 처음 5회 배치로 60개 기업을 지원했다. 각 배치에선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적어도 몇 개사는 출현해 와이콤비네이터와 함께 주변 인재 네트워크 전체가 비약적으로 성장해갔다. 와이콤비네이터에서 탄생한 유명 기업 대부분은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친구나 초기 직원으로부터 태어났다.

와이콤비네이터가 설립 당시 제창한 젊고 경험이 적은 사람이라도 훌륭한 스타트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결과는 놀라웠다. 하지만 와이콤비네이터가 성공한 이유가 단순히 젊고 경험이 적은 것으로 간과된 사람에게 눈을 돌린 것에만 있는 건 아니다.

폴 그레이엄은 낙관주의와 야심이야말로 와이콤비네이터가 스타트업 속에서 키우는 큰 2가지라며 그렇게 하는 게 와이콤비네이터 가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그는 훌륭한 일을 하려는 사람은 많을 것이라며 이들을 끌어들이는 건 겸손과 두려움의 조합이라고 말한다. 모두 뉴턴이나 셰익스피어가 되려고 애쓰는 것 같다며 확실히 그런 일을 시도하면 실패할 것이며 계산이 명확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의식적으로 훌륭한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는 잠재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자신의 비열한 속임수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멋진 일을 하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물론 일반인에게 이런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심이 이미 있는 이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에세이에서 폴 그레이엄은 겸손과 공포 때문에 큰 비전에 꽂혀 버리는 이유에 대해 목표에 비해 자신의 진행 상황을 보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해결책으로 복합적인 작은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집중하는 걸 말한다. 놀라운 일은 자신이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일관되게 집중하는 것이며 그러다가 멈추고 상황을 확인하면 자신이 얼마나 멀리 도달했는지 놀라게 된다는 것이다.

놀라는 이유는 작업 누적 효과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1일 1페이지를 쓰는 게 큰 일이 아닌 것 같지만 매일 하면 1년에 책 1권을 쓰게 된다. 이게 열쇠이며 바로 일관성이다. 놀라운 일을 하는 사람은 매일 많은 일을 하는 게 아니리지만 뭔가를 계속 한다. 복합적인 일을 하면 지수함수적인 성장을 얻을 수 있다.

와이콤비네이터 프로그램 기간은 3개월 만에 데모데이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때까지 뭘가를 빨리 구축하고 출시해야 한다. 폴 그레이엄은 와이콤비네이터가 주별 성장률을 측정하는 이유는 데모데이까지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와이콤비네이터 중에서 좋은 성장률은 주당 5∼7%다. 일주일에 10%를 달성할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 밖에 안된다면 이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나타낸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신생 기업에 대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선택하고 매주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조언한다. 일주일에 7%를 성장시키기로 결정하고 이 수치에 도달하면 그 주는 성공한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만일 이를 달성할 수 없다면 이들은 중요한 유일한 일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 매주 성장률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창업자는 행동해야 하며 행동할지 아니면 행동하지 않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나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뛰어난 일을 하기 위한 의식적 선택을 강제해 창업자가 겸손과 공포를 극복하는 걸 돕고 있으며 야심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동일 입장에서 성공을 거둔 창업자로 둘러싸인 환경이 존재하거나 주별 성장률이라는 통일 지표를 이용해 같은 배치 동료와 비교할 수 있는 환경도 존재한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첫 배치로 다수 성공을 거뒀을 뿐 아니라 2회째 배치부터 5회째 배치에 걸쳐 택한 스타트업 50개 중 성공을 거둔 게 12개가 되며 24%라는 성공률을 보였다. 이제 와이콤비네이터가 투자한 스타트업 수는 4,000개에 도달하고 있으며 투자액은 합계 6,000억 달러 상당까지 커졌다. 이 4,000건 중에는 에어비앤비나 스트라이프, 인스타카트, 코인베이스, 도어대시, 레딧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와이콤비네이터는 이들 기업 5∼7%를 각각 2만 달러 정도에 손에 넣고 있다.

이 모든 건 창업자 4명 개인 자금 200만 달러에서 시작됐다. 와이콤비네이터는 2009년까지 외부 자금을 넣지 않고 운영되고 있으며 작은 힘을 적절한 장소에 전달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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