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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스크바…겨울이 사라졌다

러시아라고 하면 춥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러시아도 지구 온난화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모스크바가 관측 사상 처음 12∼2월간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를 웃돌아 평년보다 6.3도나 높은 기록적인 따뜻한 날씨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믿을 수 없는 따스함은 모스크바 뿐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 곳곳에서 비정상적으로 따뜻하고 눈이 적은 겨울로 나타났다.

이젠 관측 사상 가장 덥거나 따뜻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모스크바 기록은 놀랄 수준이다. 지금까지 가장 따뜻했던 1961년 평균 기온을 3도나 웃돈 수치다. 기록에 남아있는 14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것.

한 전문가는 모스크바의 이번 겨울을 겨울이라고 부를 수 없다면서 겨울 내내 기온이 모두 0도 이상이거나 이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었을 뿐이라며 겨울이 아니라 가을에서 봄으로 단번에 이동했다고 봐야 할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 북극을 포함한 다른 지역 역시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극단적 따뜻함은 러시아 국경을 넘어 핀란드와 유럽 일부로도 퍼져 있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에선 냉동와인용 포도 맛이 영하 7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수확하지만 올 겨울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기후 위기에 따른 기온 상승은 겨울이 겨울답지 않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기록되는 이런 따뜻함은 이산화탄소 오염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온도를 올리고 극단화하기 쉽다. 앞으로 추위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시베리아 땅은 혜택을 받아 2100년까지 고급 부동산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번 겨울 모스크바 기온이 엄청나게 높아진 이유 중 가장 명쾌한 답은 저기압이 모스크바 북서쪽에 정체해 겨울 내내 편서풍이 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편서풍은 모스크와 주변 지역에 따뜻한 공기를 게속 보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현상의 특징은 북대서양 중앙부에 고기압이 정체하는 북극 주변에서 강한 대기 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고기압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와야 할 차가운 공기가 북극권에 갇히고 모스크바 주변 등 중위도 지역에서 따뜻한 공기가 순환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길게 보면 다른 지역과 비교해 2배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북극과 중위도 징역간 기온 차이가 줄고 그렇게 되면 북극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엉망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추위나 더위, 비와 물 부족 등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북극에 가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2월 17일 아마존 CEO 제프 베조소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100억 달러짜리 새로운 펀드인 베조스 어스 펀드(Bezos Earth Fund)를 발표한 바 있다. 베조스는 기후 변화는 지구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다른 이들과 협력해 이미 알려진 방법을 보급시키고 기후 변화가 지구 전체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과 싸우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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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m thrilled to announce I am launching the Bezos Earth Fund.⁣⁣⁣ ⁣⁣⁣ Climate change is the biggest threat to our planet. I want to work alongside others both to amplify known ways and to explore new ways of fighting the devastating impact of climate change on this planet we all share. This global initiative will fund scientists, activists, NGOs — any effort that offers a real possibility to help preserve and protect the natural world. We can save Earth. It’s going to take collective action from big companies, small companies, nation states, global organizations, and individuals. ⁣⁣⁣ ⁣⁣⁣ I’m committing $10 billion to start and will begin issuing grants this summer. Earth is the one thing we all have in common — let’s protect it, together.⁣⁣⁣ ⁣⁣⁣ – Je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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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선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이 금액은 미국 자선사업가가 기후 변화에 기부한 금액의 2배 수준에 이른다. 이 금액을 10년간 균등하게 사용한다면 베조스는 미국 최대 기후 자선사업가가 될 것이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선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송전망 인프라나 식량 시스템 등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 하며 여기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1980년대 초 이후 미국 상위 0.00025%를 차지하는 부자 400명이 점유한 부의 비중은 3배가 됐다. 이는 기후에 있어선 문제일 수 있다. 일부 부유한 이들이 자가용 제트기로 여행이나 요트를 즐기는 건 둘째치고 부가 집중되면 정치에 대한 영향력도 한곳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억만장자는 부와 권력을 이용해 정치인을 매수하고 지구를 희생해 이익을 얻기 위한 로비 활동을 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하면 베조스는 성인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존 역시 기후변화에 반하는 기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베조스 역시 이들에게서 이득을 얻는다. 이런 기업 존재를 위협하거나 불쾌하게 하지 않는 게 베조스에겐 재무적 이익이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베조스가 자금을 냈다고 해도 기후변화 대책을 일부 억만장자에게만 의존하는 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조스가 내놓은 기금의 역할은 억만장자가 재물을 이용해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세금, 과세를 통해 기후 변화 대책과 중요한 투자에 이보다 더 많은 액수를 투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국적 대기업에 세금을 징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물론 더 좋은 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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