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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지킴이 노턴과 패키지

노턴 시큐리티는 시만텍이 발표하는 보안 제품군이다. 이 중에서도 노턴 안티바이러스는 30년에 이르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있는 바이러스 소프트웨어로 알려져 있다. 노턴 시리즈 패키지에는 안경을 쓴 의사풍 남성 사진이 게재되어 있었다. 그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노턴 박사(Doctor Norton)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2001년을 기점으로 이 남성은 패키지에서 자취를 감췄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팔짱을 낀 노턴의 사진은 노턴 시리즈 소프트웨어 패키지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올라가 있었다. 패키지에 있는 남성은 피터 노턴이다. 그는 피터 노턴 컴퓨팅이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설립하고 1981년 발표된 IBM PC용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인 노턴유틸리티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노턴은 IBM PC용 프로그램이 서적도 발간했다.

피터노턴컴퓨팅은 1990년 7,000만 달러에 시만텍에 매각됐고 노턴은 노턴유틸리티 개발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노턴은 PC 유지 보수의 살아있는 상징이었고 자신의 이름을 건 소프트웨어 패키지에는 필수품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시만텍은 노턴 시리즈 패키지에 노턴의 사진을 올려놓는 대신 남녀가 PC와 함께 있는 모습을 담는다. 시만텍이 왜 노턴 사진을 없앴는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노턴 사진을 싣기 위해 매년 고액의 개런티를 지불하다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2020년 1월 기준으로 노턴 시리즈는 패키지가 아니라 라이선스 연간 계약 방식으로 판매 방식을 바꿨고 실물 패키지는 사라졌다. 이미지 색상은 그대로 노란새이지만 패키지 이미지에서 인물 사진도 없앤 간결한 형태로 바뀌었다.

노턴은 시만텍에 피터노턴컴퓨팅을 매각한 뒤 소프트웨어 업계에선 은퇴하고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지 않다. 그는 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자선 사업을 하면서 현대미술 전문 미술상 컬렉터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1999년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잘 알려진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편지를 15만 6,500달러에 낙찰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턴의 이름은 세상 사람들에겐 PC 유틸리티와 동의어 같은 존재였겠지만 노턴 자신은 소프트웨어 업계에 계속 남지 않았고 노턴 시리즈 패키지에서 자신의 사진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행복한 상태라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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