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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지역에서 3D프린터로 의료 물자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정 구획인 가자지구는 포위한 이스라엘 군대로부터 군사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지역이다. 군사적으로 불안정한 탓에 지역 내에서 연료와 물자는 항상 부족하고 다양한 인프라가 타격을 받는다. 이런 가자지구를 위해 3D프린터로 의료 물자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그리어(glia)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가자 지구에는 거즈나 장갑 등 기본적인 의료 물자가 거의 반입되지 못한다. 예전에는 이집트와 가자 지구 사이에 1,800개 터널이 있어 물자 교환이 가능했지만 그 때에도 이집트 분위기에 따라 안정적 공급은 아니었다고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근무하던 타레크 로바니(Tarek Loubani)는 2011년 이스라엘로 발길을 옮겼다. 그는 200달러가 드는 청진기도 3D프린터를 이용하면 3달러에 만들 수 있다고 보고 3D프린터와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이용해 의료 물자를 저비용으로 생산하는 그리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캐나다 보건 당국이 승인한 청진기를 오픈소스 캐드 소프트웨어인 프리캐드(FreeCAD)를 이용해 디자인하고 출력했다.

청진기 4개를 3D프린터 6대로 출력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15시간. 출력하는 건 환자 가슴에 대는 부분과 소리를 귀에 들려주는 Y자형 조각, 귀마개 부분을 일정 거리 유지해주는 스프링이라는 부품이다. 소리를 전달해주는 튜브는 청량음료 컵 자판기에 사용하는 튜브를 필요한 크기로 잘라 이용한다. 이 튜브는 FDA에 의해 식품과 의료기기에 모두 사용이 승인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기성품 청전기를 가자 지구에 있는 의사 4,000명에게 배포한다면 청진기당 200달러가 들어간다. 그 뿐 아니라 가자 지구 반입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350달러로 추정된다. 하지만 3D프린터를 이용하면 개당 5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시 말해 2만 달러로 가자 지구 의료 시스템 전체를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프로젝트에선 그 밖에 지혈대 등을 생산하고 있다.

로바니는 미래에는 인공 투석에 이용한 펌프 컨트롤러, 유량계도 만들기를 희망한다. 인공 투석에 이용하는 기계는 개당 3만 5,000달러가 든다. 1회용 기구는 회당 100달러다. 이 때문에 가자 지구에선 물자가 부족해 구할 수 없는 만큼 1회용 기구를 세척해 계속 사용한다. 물론 1회용 의료기구를 계속 이용하는 건 위생상 문제가 있다.

하지만 3D프린터를 이용한 인공 투석용 기계라면 비용을 500달러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도입할 새로운 도구와 표준을 마련하려면 지금은 1만 5,000달러가 들어간다. 또 인프라 전체가 파격을 받은 가자 지구에선 3D프린터를 움직일 전기 확보도 큰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바니는 가자 지구 병원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태양광 발전을 확보하면 3D프린터 뿐 아니라 병원 의료기기 작동도 보장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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