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3번째로 큰 학구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구는 10만 5,000명 이상 고등학생에게 구글 챗봇인 제미나이를 도입했다. 이는 미국 학구 AI 도입 사례로는 과거 최대 규모이며 해당 학구에서는 2년 전만 해도 부정행위와 오정보 우려로 AI 이용이 금지됐었다.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사우스웨스트 마이애미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인 트레이시 라우드는 미국 제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에 관해 수업하고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내건 경제·사회 정책인 뉴 프런티어 정책에 관해 토론하던 중 그는 고등학교 3학년생 24명에게 노트북을 열고 구글 챗봇인 제미나이에 케네디 대통령처럼 행동해달라. 뉴 프런티어 정책이란 무엇이었냐고 입력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제미나이는 즉시 나의 동포 미국민 같은 문구를 포함한 케네디 대통령 스타일 문장을 출력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그는 학생에게 제미나이 출력이 지금까지 수업에서 배운 케네디 대통령 연설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 분석하도록 지시했다. 학생은 어색하거나 조금 이상하기도 했지만 제미나이 출력은 신뢰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 학생은 제미나이는 존 F. 케네디 흉내를 매우 잘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3번째로 큰 학구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구는 생성 AI 기술을 교육과 학습에 통합하기 위해 빠르게 진행되는 전국 규모 실험 최전선에 서 있다. 2024년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구는 1,000명 이상 교육자에게 새로운 AI 도구 연수를 실시했다. 더 나아가 2025년에는 10만 5,000명 이상 고등학생에게 제미나이를 제공하게 됐다. 이는 미국 단일 학구에서의 AI 도입으로는 과거 최대 규모다.
2023년 마이애미에서는 학교에서의 부정행위나 오정보 확산에 AI 도구가 이용되는 걸 우려해 챗봇 사용이 금지됐다. 텍스트 데이터베이스로 훈련된 챗봇은 인간미 넘치는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퀴즈를 인간 대신 풀거나 수업 계획을 빠르게 작성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학구에서는 진화하는 직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생을 준비시킨다는 이념 아래 생성 AI 도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학구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새로운 AI 도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길 원한다고 말했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교육위원회 위원인 로베르토 J. 알론소는 모든 학생은 어느 정도 AI 입문 교육이 필요하다며 왜냐하면 직장에서 사용하는 도구를 통해 AI는 생활 전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교육 분야에서의 AI 도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실리콘밸리 리더가 학내 AI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다. 기술 업계 일부 리더는 AI를 학생 개개인 학습 수준에 맞춰 콘텐츠를 즉시 커스터마이징하는 강력한 개별 지도 봇으로 홍보하고 있다. 구글과 오픈AI는 AI 도구로 교육 분야를 석권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린 미국인에게 직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훈련시키는 게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필수적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 모든 강화 과정에 AI의 기초를 통합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미국 교육 현장에서 AI 도입이 진행되면 교사가 학생 결과물을 보기 전에 학생이 먼저 지도나 피드백을 구하는 중개자로 챗봇을 활용하는 등 교육과 학습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다만 연구자는 AI 도입이 비판적 사고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나 학생이 챗봇에 과도하게 의존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 혁신 담당 부교육감이자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구 AI 이니셔티브 설계자인 다니엘 마테오는 AI는 교육 비품 중 단지 하나에 불과하다며 AI를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게 사용하고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하며 이 모든 건 심사 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대규모 AI 도입에 앞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구에서는 학교 기술 스태프에게 먼저 수개월에 걸쳐 12종류 가까운 AI 도구에 대한 정확성, 개인정보, 공정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 평가를 통해 학교에 도입할 AI 도구 유력 후보로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이 거론됐다.
기술 스태프는 10대 해커로 위장해 무례한 코멘트를 입력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챗봇이 인종차별적, 폭력적, 성적으로 노골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도 조사했다. 기술 스태프 중 1명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부적절한 질문을 AI에 던졌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 끝에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구에서는 최종적으로 제미나이 도입이 결정됐다. 제미나이가 선택된 이유로는 구글이 10대 청소년을 위해 특정 콘텐츠와 개인정보 보호 가드레일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과 제미나이에 입력한 정보를 구글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 점 등이 꼽혔다. 더 나아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구에서는 교사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한 AI 트레이닝 워크숍도 실시했다. 교사를 위해 라이브 버추얼 세션 수십 개를 진행하며 AI로 수업 계획을 변혁하는 방법이나 AI 언어 모델로 글쓰기 지도에 혁명을 일으키는 방법 등을 가르쳤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구에서 제미나이 시험 도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첫 시험교 중 하나인 사우스웨스트 마이애미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많은 10대 학생이 학교 밖에서도 제미나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우스웨스트 마이애미 고등학교 호르헤 M. 브루네스 교장은 챗봇 사용법을 적절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다며 AI를 교육 현장에 도입하는 데 있어서 교사의 새로운 역할에 관해 이야기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