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애플이 中 의존 심화된 실상은…

애플 관련 보도로 잘 알려진 비즈니스 저널리스트 패트릭 매기(Patrick McGee)가 저서(Apple in China)를 통해 팀쿡 애플 CEO가 어떻게 중국 의존을 심화시켰는지를 다뤘다.

애플은 2008년 이후 중국에서 2,800만 명 이상 노동자를 훈련시켜 왔다고 발표했으며 매기 기자에 따르면 이는 캘리포니아주의 전체 노동 인구보다 많은 수치다. 그는 또 애플의 중국 내 연간 투자액이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강화를 위해 집행한 투자 총액을 초과하며 여기에 하드웨어 가치를 포함하면 그 수치는 2배 이상으로 뛴다고 지적한다. 매기 기자는 이 급격한 재편은 베를린 장벽 붕괴에 비견될 만큼 기술과 노하우가 대규모로 이전된 지정학적 사건이라고 서술했다.

애플이 중국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에서 후반 당시 중국 노동시장에서 만연했던 저임금, 저복지, 저인권이라는 조건에 끌렸기 때문이었다.

중국을 시찰한 애플 엔지니어는 광둥성 선전 한 공장을 방문했을 때를 회상하며 시설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급조된 계단은 층마다 계단 수가 달랐으며 1층에서 2층까지는 12단, 다음 층까지는 18단, 그 다음은 16단, 또 다음은 24단으로 단 높이도 제각각이었다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2000년대 전환기를 맞이한 중국 지도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배운 수출 주도형 경제 실현을 목표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시기 대만 대형 공급업체 폭스콘(Foxconn)이 애플 제품을 조립할 중국인 노동자를 위한 대규모 주거 단지를 건설했다. 이렇게 새로 조성된 조립 라인에서 처음 생산된 제품은 중국 속도로 만들어진 아이맥(iMac)이었다.

중국 노동자가 애플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나자 중국 소비자도 애플 제품을 대거 구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을 취재하던 한 기자는 애플이 중국에서 하고 있는 일이 폭스콘 등 공급업체로부터 착취당하는 노동자 이야기로 바뀌어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공장 기숙사 외벽에는 자살 방지용 그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임금은 낮은 수준이었으며 애플 역시 자사의 중국 공급망에서 심각한 노동 착취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중국은 급격히 발전했고 많은 중국인의 삶은 자유롭고 풍요로워졌다. 그에 따라 적어도 대도시 지역 삶은 미국보다도 더 앞선 양상을 띠게 됐다. 이런 성공을 상징하는 제품이 바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이었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권력을 장악하자 중국 국영 언론은 애플의 서구적 오만을 겨냥한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부응하듯 애플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미국 언론 뉴스 앱을 삭제했으며 중국 정부가 요구한 바에 따라 중국 사용자 데이터를 미국이 아닌 중국 국내에 저장하도록 조치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노동권 보호 활동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서 애플 공급망에 대한 감사도 거의 이뤄지지 않게 되었다.

2015년에 이르러 애플은 중국에 대한 법인 투자액에서 최대 기업이 됐으며 내부 문서에 따르면 당시 애플 측 연간 투자액은 55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팀쿡 CEO가 중국 언론에 애플은 중국에서 500만 명 고용을 창출했다고 언급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애플이 중국 의존을 심화하는 동안 중국 또한 애플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 매기 기자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로드맵 성공 여부는 자주적 혁신을 대규모로 촉진하는 존재인 애플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경제적·기술적으로 애플을 최대한 활용해왔으며 매기 기자는 애플이 멀티터치 유리 제조 기술이나 아이폰 내부 1,000개 이상 부품을 완벽히 조립하는 방법을 공급망에 교육하자마자 이 기술은 화웨이, 샤오미, 비보, 오포 등 중국 기업에 전해졌다고 적었다.

매기 기자는 팀쿡 CEO를 원래라면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다변화시킬 백업 플랜을 추진했어야 할 시점에 중국 정부에 추종해 결과적으로 애플을 지정학적 수렁의 중심으로 몰아넣은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매기 기자는 팀쿡은 재무적 측면에서는 지난 20년간 가장 성공한 CEO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어떻게 애플에서 이토록 막대한 재무적 성공을 거두었는지를 알게 되면 될수록 애플 전체 경영 패러다임에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애플은 언론 성명을 통해 이 책이 사실이 아닌 내용과 부정확한 점으로 가득 차 있으며 사실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책 내용을 부인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