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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벽 허물자” 팀 버너스리 新인터넷 형태는?

월드 와이드 웹을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는 과거 나쁜 일이 일어나기 어려운 소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소셜 네트워크로 인한 인터넷 분단을 우려해 왔다. 그리고 버너스리는 새로운 칼럼에서 이 문제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셜 미디어가 사용자를 가두는 월드 가든(world garden)을 해소하고 AI를 활용해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버너스리가 월드 와이드 웹 현황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일부 웹 기능 장애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웹 가능성 그러니까 현재 인터넷에 대한 아쉬움이다.

먼저 전자의 기능 장애 예로는 소셜 미디어 사용자 양극화가 꼽힌다. 이는 사용자가 플랫폼에 소비하는 시간에 따라 기업 수익이 결정되는 게 원인으로 소셜 미디어는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피드에 투입해 수익을 최대화하려 한다.

피드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분노가 아닌 온화한 콘텐츠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변경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핀터레스트 같은 소셜 미디어는 유해한 콘텐츠를 조장하지 않고 교류와 아이디어 논의가 가능한 장소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버너스리는 지적한다.

소셜 미디어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버너스리는 규제는 최후 수단이어야 하지만 소셜 미디어 업계에는 자정 작용이 없어서 젊은이와 온라인 공공장소에 실제 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에는 이 문제에 관한 법 정비와 규제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버너스리가 말한 2번째 우려이자 동시에 기대인 가능성에 대한 힌트는 초기 웹에 있다. 당시에는 인터넷에 연결된 PC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는 블로그를 개설해 좋아하는 걸 게시하거나 거기에 좋아하는 블로그 링크를 추가하는 등 적은 노력으로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발달한 이후 디지털 주권이라고도 불리는 개인의 권한 부여 감각이 상실되고 확장 불가능한 월드 가든에 갇히게 됐다.

예를 들어 지금은 페이스북 사진을 링크드인 직장 동료와 공유하거나 같은 ID를 사용해 인스타그램이나 엑스, 레딧 등에서 친구 목록을 공유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게 버너스리가 지적하는 소셜 미디어의 벽이다.

버너스리는 이메일이라면 G메일이나 아웃룩, 야후 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메일을 한 메일 그룹으로 만들 수 있다며 소셜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로 상호 운용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호 운용 가능한 소셜 미디어를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새로운 표준을 제정하고 이를 따르도록 플랫폼에 의무화하는 것이지만 이는 강제를 수반한다.

버너스리가 제안하는 또 다른 방법은 새 표준에 부합하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쪽이 더 낫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폐쇄적인 회원제 인터넷 서비스였던 AOL이나 프로디지(Prodigy)에서 자유로운 웹으로 이동한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버너스리가 런던에서 공동 설립한 오픈 데이터 연구소(Open Data Institute)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표준 규격 솔리드(Solid)”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솔리드는 웹 표준화 단체인 W3C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솔리드 용도는 소셜 미디어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버너스리가 공동 설립한 또 다른 스타트업인 인럽트(Inrupt)는 솔리드 위에 운전면허증부터 사진, 의료 데이터까지 모든 걸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월렛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데이터가 일원화될 수 있게 해 서로 다른 데이터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되고 버너스리가 마법이라고 부르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예로 2023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영국 대형 소매점 포인트 카드 데이터를 이용해 진통제나 소화제 구매 이력을 분석해 난소암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별개 데이터 유형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는 건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버너스리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누구나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셜 미디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AI 에이전트가 사용자 이익에 부합하도록 기능하는 걸 염두에 두고 개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솔리드 월렛 데이터에서 개인 맞춤형 답변을 생성하는 걸 목표로 인럽트가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인 찰리(Charlie)가 그 중 하나다.

버너스리는 소셜 미디어에 갇히는 게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미래에 대해 이는 사용자와 웹을 연결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비전이며 챗GPT, 제미나이, 파이, 딥시크 진화형이라며 이전부터 우리는 기술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 왔지만 다음은 소셜 링크 데이터가 전 세계인의 힘이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버너스리의 야심찬 제안에는 AI 투명성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영국 부동산 회사 하이트리스하우스(Hightrees House) 이사인 로빈 쿡-할은 버너스리 칼럼에 대해 AI가 학습한 데이터 정확성을 검토할 수 있는 확실하고 검증 가능한 메커니즘이 없는 한 버너스리의 이상 실현은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겠냐며 2000년 전 로마 총독 폰티오 필라토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진리란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검열도 검증도 되지 않은 채 유통되는 데이터가 점점 늘어나는 오늘날 세계에서는 이 질문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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