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 푸단대학교 연구팀이 플래시 메모리 데이터 읽기와 쓰기 성능을 피코초 그러니까 1조분의 1초 수준까지 높인 메모리 장치를 개발했다. PoX라고 명명된 이 장치는 400피코초 스위칭이 가능하며 기존 세계 기록을 크게 상회한다.
연구팀은 4월 17일 1비트당 400피코초 속도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래시 메모리 장치인 PoX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보고된 반도체 저장 장치 중 가장 빠른 것도 1비트당 1~10나노초가 소요됐기 때문에 이는 기록을 크게 갱신한 것. 또 기존에 가장 빠르다고 여겨진 메모리 장치는 전원을 공급하지 않으면 정보를 유지할 수 없는 휘발성 메모리였던 반면 PoX는 비휘발성 메모리이기 때문에 저전력 시스템에도 적합한 높은 에너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PoX가 지닌 특징은 이차원(2D)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 2D 소재란 원자 1층 수준인 얇은 소재로 그래핀이나 텅스텐 셀레나이드(IV), 육방정계 질화붕소(h-BN) 등이 대표적이다. 2D 소재는 기존 3D 소재에 비해 두께를 크게 낮추면서도 유연성과 투명성이 뛰어나고 동시에 전하를 운반하는 캐리어 이동 속도도 높기 때문에 초소형 및 고속 장치 개발에 요구되고 있다.
PoX 연구 핵심은 핫캐리어 주입이라 불리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핫캐리어 주입이란 전기장에 의해 가속된 전자나 캐리어가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절연체를 넘어 주입되는 현상이다. 2D 소재 구조를 통해 핫캐리어 주입을 이용해 전자 및 정공(홀) 산란을 억제하면서 채널을 따라 가속할 수 있다. 또 2D 소재에서는 캐리어 거동이 소재에 따라 다르게 관찰됐기 때문에 소재 선택을 통해 장치 성능을 최적화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PoX에 대해 이제 소형이면서도 완전히 기능하는 칩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다음 단계는 이를 기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통합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로컬 모델을 배포할 때 기존 저장 기술로 인한 지연이나 발열과 같은 병목 현상 문제에 직면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규모 AI 모델 계산은 주로 GPU 칩에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 상용 GPU 칩은 1초당 33.5조 회의 부동소수점 연산이 가능하지만 그에 따른 메모리 쓰기나 소거 속도는 여전히 마이크로초 그러니까 100만분의 1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런 속도 제한으로 인해 플래시 메모리는 현대 AI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에 PoX는 GPU 칩에 의한 고속 계산 요구를 충족하도록 정확히 조정되어 있으며 비휘발성 메모리 저장 및 접근 속도 한계를 깨뜨렸다. AI 하드웨어에서는 현재 에너지 소비 대부분이 데이터 처리가 아닌 이동에 소요되고 있지만 PoX는 극히 낮은 소비 전력과 피코초 수준 초고속 쓰기 속도를 양립할 수 있기 때문에 AI 하드웨어에서의 오랜 메모리 병목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속도 향상은 큰 진전이며 기존 저장 기술 프레임워크가 지닌 이론적 병목 현상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연구 성과를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