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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용해 방치된 유정‧가스정 재발견하려는 시도

석유나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굴착된 유정이나 가스정은 굴착 종료 후 방치된 채로 있으면 온실가스나 유해물질을 인근 지표나 수원에 방출한다. 문서화되지 않은 채 잊혀지고 방치된 유정 및 가스정을 AI를 사용해 발견하는 시도에 대해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이 보고했다.

170년에 걸쳐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이 이뤄진 미국에는 31만에서 80만 개에 이르는 UOW(undocumented orphaned wells) 그러니까 문서화되지 않은 고립 유정·가스정이 있다고 추정된다. 이들은 공식 기록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위치를 알 수 없으며 재정적 지불 능력이 있는 운영자나 소유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유정 및 가스정이 적절히 봉인되지 않으면 인근 수원에 원유나 화학물질이 유출되거나 벤젠이나 황화수소과 같은 유해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다. 또 이산화탄소 28배에 달하는 온실효과를 가진 메탄도 배출되어 기후 변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UOW를 찾기 위해 연구자는 드론이나 레이저 이미징, 센서 등 도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광활한 미국 전역을 샅샅이 수색하기는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최신 AI와 오래된 지형도를 결합해 UOW를 발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학술지(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인 파비오 슈라 연구원은 AI는 현대적이고 급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이지만 현대 데이터 소스에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며 AI는 몇 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규모로 과거 데이터로부터 정보를 추출하고 과거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지질연구소은 1884년부터 2006년까지 제작한 과거 지형도 디지털 스캔을 온라인에 업로드했으며 이들 지도에는 지오태그가 부착되어 각 픽셀이 참조 가능한 좌표에 대응된다. 슈라 박사 등은 이 중 특정 위도와 경도를 포함하는 동일 축척 지도를 모아 AI를 사용해 지도상에 표시된 유정과 가스정 마크를 찾는 방법을 고안했다.

첨부된 지도를 보면 다양한 위치에 중공의 원이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마크는 유정 또는 가스정을 나타내며 문서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UOW도 이런 고지도로부터 발견될 수 있다고 한다.

AI를 사용해 고지도에 표시된 유정과 가스정을 찾기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시각 정보 중에서 올바른 기호를 식별하도록 AI를 훈련시켰다. 고지도는 실물을 디지털 스캔한 것이기 때문에 더러워지거나 색이 바랜 경우도 있고 숫자 9나 알파벳 O처럼 유정이나 가스정 기호와 혼동하기 쉬운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AI는 이런 오염에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유사한 마크를 무시하도록 훈련됐다.

고지도에 지오태그가 부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AI는 지도상에 표시된 유정과 가스정 좌표를 획득하고 이를 문서화된 유정 및 가스정의 좌표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좌표에 대한 잠재적 오류를 감지하는 시스템과 AI가 지도 기호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인간용 도구도 구축했다고 한다.

연구팀이 훈련시킨 AI를 사용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과 컨 카운티, 오클라호마주 오세이지 카운티과 오클라호마 카운티을 조사한 결과 1,301개에 이르는 잠재적 UOW 지점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위성 이미지를 통해 29개 UOW가 확인됐고 현장 조사에서 15개 UOW가 실제로 발견됐다. 연구팀이 확인한 UOW는 AI가 예측한 위치로부터 평균 10m 범위 내에 있었으며 AI는 UOW 위치를 특정하는 대규모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유전이나 가스정이 UOW로 잘못 간주될 위험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발견된 것보다 더 많은 UOW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AI를 통한 UOW 매핑은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이 주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CATALOG(Consortium Advancing Technology for Assessment of Lost Oil & Gas Wells) 일환이다. CATALOG는 UOW로부터의 메탄 누출을 신속하게 측정하는 방법 개발에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센서를 탑재한 드론을 사용해 UOW 탐지와 확인을 확장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슈라 박사는 이 문제에 접근하는 올바른 방법은 다층적 접근법이라고 말하며 AI가 고지도에서 탐지한 데이터와 과거 석유 생산량으로부터의 추정, 위성 이미지 및 센서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결합해 UOW 문제를 해결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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