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게임 치트 툴은 저작권 침해 아니다”

프로 액션 리플레이(Pro Action Replay) 등으로 알려진 영국 게임 개조 도구 제작사 다텔(Datel)을 소니가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재판에서 유럽사법재판소는 10월 17일 게임을 개조하는 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2년 소니는 다텔이 개발한 PSP(PlayStation Portable)용 치트 툴인 액션 리플레이 PSP(Action Replay PSP)와 PSP를 기울여 조작할 수 있게 하는 PSP용 틸트(Tilt) FX가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다텔을 고소했다.

문제가 된 게임은 소니가 2009년 출시한 PSP용 레이싱 게임 모터스톰 레이싱 아이스(MotorStorm Raging Ice)로 다텔 도구를 사용하면 무한 부스트 같 치트가 가능했다고 한다.

소니는 법정에서 다텔 치트 툴이 게임 내 프로그램 흐름 그러니까 게임기 내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변경한 건 소니가 저작권을 가진 게임 코드 변경이며 무허가로 소프트웨어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함부르크 지방법원은 2012년 소니 주장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함부르크 고등지방법원은 2021년 하급법원 판결을 뒤집고 소니 주장을 전면 기각했다. 이후 독일 법원은 소송을 유럽사법재판소에 회부해 게임 치트가 저작권으로 보호된 컴퓨터 프로그램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요청했다.

2024년 4월 25일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출된 의견서에서 마체이 슈프나르 법무장관은 액션 리플레이 PSP가 PSP RAM에 저장된 변수를 변경하는 것이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코드를 변경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스 코드는 EU 컴퓨터 프로그램의 법적 보호에 관한 2009년 4월 23일 유럽 의회 및 이사회 지침에 따라 저작물로 인정되고 있다. 한편 코드에 기반해 RAM에 전송된 매개변수는 장치에서 생성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저작권 보호를 받지 않는다는 게 슈프나르 법무장관 견해였다.

슈프나르 법무장관은 비록 그 행위가 추리 소설 재미를 망친다고 해도 작가는 독자가 소설 마지막 부분을 뛰어넘어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게임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코드를 변경하지 않고 개발자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 동작을 변경해도 그건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가 아닐 수 있다며 저작물이 저작자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더라도 이는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슈프나르 법무장관 의견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었지만 유럽사법재판소는 이번 판결에서 그의 의견서와 마찬가지로 치트 도구에 의해 변경된 데이터는 저작권 관련 지침으로 보호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범위 밖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앞으로 독일 법원으로 환송되어 독일 법률에 따라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싱글플레이용 게임을 치트 코드로 수정하더라도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는 모든 치트가 합법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한 변호사는 치트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판매자는 이번 판결에 기뻐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이 판결에 너무 열광해서는 안 된다며 절차상 이유로 이번 재판에서는 프로그램 변수 변경이 무단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이 쟁점이었다며 하지만 오늘날 일반적인 멀티플레이어 게임 퍼블리셔가 치트 소프트웨어에 맞서려면 최종 사용자 라이선스 계약(EULA)이나 불공정 경쟁과 같은 이번 판례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법적 수단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