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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스포츠 AI 도입이 불러온 치열한 경쟁

학교 동아리 팀이나 유스 클럽 팀에서 AI를 이용한 영상 분석과 예측 분석 기능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프로화되어 가는 학생 스포츠 현장은 지금 어떤 상황에 있을까.

애슐리 브라운이라는 남성은 딸이 배구팀에 소속되어 있으며 본인도 배구 코치다. 대학 스카우트 눈에 띄는 플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하는 게 일상이었고 경기 전체 흐름과 선수별 성적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올들어 이게 완전히 바뀌었다. 이유는 팀이 AI 서비스를 도입했기 때문. 볼타임(Balltime)이라는 배구 전용 AI 서비스는 12세에서 18세 스포츠 선수를 위한 것이다. 코트 뒤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1대만 설치해 두면 경기를 녹화하고 서비스 플랫폼에 데이터를 업로드해준다. 이 서비스에는 신체·물체 인식 알고리즘을 통한 각 선수 트래킹이 포함되어 있으며 코트 위에서의 공 움직임까지 카탈로그화하고 데이터화해준다.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귀가해서 샤워를 하고 상쾌해질 무렵에는 선수별 오늘 플레이에 대한 통계적 리포트와 SNS 게시용 하이라이트 자료가 완성되어 있다. 코치진은 프로팀이나 대학 스포츠 강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볼타임은 공과의 접촉 높이, 에러율, 공의 궤도, 서브 속도, 선수 로테이션에서의 득점률 등을 자동으로 수치화한다.

성장을 계속하는 스포츠 기술 업계는 컴퓨터 알고리즘이나 웨어러블 바이오메트릭 센서, 예측 분석 서비스 등을 학생 스포츠 팀에도 어필하고 있다. 영상이나 이미지 데이터 분석은 이 중에서도 비교적 새로운 시도로 학생 스포츠 업계, 팀과 가족의 생활을 바꿀 만한 영향력이 있다.

경기 영상 편집에 몇 시간씩 들일 필요 없이 경기 후 자신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건 아직 어린 10대 선수에게는 큰 플러스다. 좋은 플레이와 나쁜 플레이를 말로 듣는 것보다 보는 게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 코치나 대학 스카우트에게는 볼타임이나 축구 전용 AI인 다크호스(Darkhorse) AI 등 서비스 데이터가 더 수치를 바탕으로 한 멤버나 출전 시간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브라운은 지금까지 선수나 그 보호자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도 이번 시즌은 볼타임에 도움을 받고 있다며 그 아이가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스템 데이터로 결정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AI 분석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나 하이라이트 서비스가 선수 성장에 플러스가 되는 한편 코치진 중에는 대학 스카우트나 SNS에서 주목받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에 부적절한 선수 경쟁이 격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배구팀 디렉터는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이런 종류 도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반면에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의 고독감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AI와 데이터 공유의 대두로 지금까지 없었던 만큼 자신과 타인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이 팀 역시 볼타임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 업계에서 데이터 분석 도입이 진행되는 이유 중 하나는 청소년 스포츠 수익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테크 투자자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는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스포츠 글로벌 시장 가치는 2022년 375억 달러였다. 이게 2030년에는 694억 달러까지 올라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 리그를 압도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한다.

비상장 기업은 청소년 스포츠 시설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구매하고 있다. 이제 젊은이는 대학 스카우트 눈에 띄는 것 뿐 아니라 인생을 걸고 지명도나 인기, 스포츠 계약을 따내려고 필사적이다. 2021년 대법원 판결이 대학 스포츠 민간 스폰서를 허용한 게 그 한 요인일 것이다.

볼타임 CEO인 댄 배넌은 학생 스포츠가 프로화되어 가는 것에 대한 단점은 확실히 있다고 말한다. 배넌 CEO가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때 타겟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건 성인 스포츠였다. 하지만 곧 원정 경기를 하는 유스 클럽 팀이나 고등학교 스포츠에서 큰 가능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1년간 2군 팀이나 중학생 팀으로부터의 신청이 늘고 있다고 한다. 데이터를 보면 월 7시간이나 볼타임 데이터를 보고 있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볼타임 구독료는 선수 1인당 월 25달러다. 하지만 아스펜 연구소 프로젝트플레이(Project Play)에 의한 보호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주요 스포츠 관련 연간 지출 평균은 883달러라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많은 가정에게 볼타임 요금은 부담할 수 없는 가격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아이에게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부모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인기 스포츠 클럽은 선수 데이터 분석과 수집 능력을 더 높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댄빌 머스탱 축구 리그에서는 데이터 분석 부서를 새로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일부 선수는 기술 비용으로 연간 250달러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머스탱에서는 최근 12세에서 18세 팀을 위해 다크호스 AI를 도입했다. 10세 선수를 위해서도 고급 분석을 도입해야 할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볼타임과 마찬가지로 다크호스 AI도 물체를 인식하고 경기 중 선수를 추적하며 움직임 통계를 분류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 준다. 머스탱에서는 이에 더해 웨어러블 센서인 비욘드 펄스(Beyond Pulse)가 취득한 달리는 속도나 심박수 등 생체 정보와 연계하여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머스탱 리그 디렉터는 10세 아이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으로 몸에 익히면 14세, 15세가 됐을 때 그것도 의식하며 플레이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머스탱은 실제로 프로 선수를 배출하고 축구 명문 대학에도 여러 명의 선수를 보내온 실적이 있다. 디렉터는 AI 도입으로 더 높은 수준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포츠 테크 관련 기업으로부터 연간 200건이 넘는 영업 제안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시간 주립대학 청소년 스포츠 연구 기관 디렉터를 맡고 있는 카린 파이퍼는 대학 스포츠에서도 웨어러블 생체 센서나 데이터 분석이 최근 일반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어떤 데이터가 실제로 선수나 코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대학 스포츠 코치진은 항상 이런 종류 기술로부터 영업을 받고 있다. 아마도 그게 최근에는 고등학교 스포츠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정보 자체는 많이 수집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중에서 중요한 게 무엇이냐다. 실제로 퍼포먼스와 연결되고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줄 데이터를 판별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코치들과 기업이 말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 스포츠에서의 AI 분석 붐이 일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이 도구가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 기업이나 프로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더 큰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라고 한다.

Empty swimming pool

같은 청소년 스포츠용 AI라도 스윔인텔(SwimIntel)과 같이 코치가 아닌 스카우트 측에 특화된 것도 있다. 스윔인텔은 15세 이상 수영 선수 대회 데이터를 수집하고 순위를 매기며 각 대학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예측한다. 사용료는 월 40달러다. 진학할 대학 프로그램에 따라 수영과 기록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60페이지에 걸친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스윔인텔을 도입하는 대학 측은 자신의 대학에서 어떤 유스팀 선수가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한 분석 예측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스윔인텔 창업자 제이미 베일리는 AI를 사용해 대학 코치진은 머니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에게는 AI를 사용해 최적의 학교를 찾아주고 싶다면서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는 중도 포기율을 낮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학 수영 선수 6명 중 1명이 2학년 때는 그만둔다는 데이터가 있다는 것.

대학 관계자는 배구팀 스태프에게 스카우트맨으로부터 600통이 넘는 이메일이 오는 날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 수많은 이메일 중에서 하이라이트 영상 처음 30초 안에 스카우트맨 눈을 사로잡지 못하는 선수는 간과되어 버리는 것이다.

볼타임 도입으로 더 많은 선수가 영상이라는 도구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측정 알고리즘으로 인해 대학 측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눈도 바뀌었다. 스카우트맨이 각자 볼타임 분석 영상에서 관심 있는 점을 체크하면 되기 때문.

AI 도구 도입에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더 평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 톱 팀, 인기 클럽에서 뛰지 않는 선수도 AI 분석을 통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고 스카우트맨 눈에 띌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또 영상과 통계가 현실적인 교육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선수가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것은 간과되어서는 안 되며 보호자나 코치로부터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때론 그들이 너무 열중한 나머지 적절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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