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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블랙홀 안에 있을지 모른다?

블랙홀은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초고밀도이며 큰 질량 천체로 물질은 물론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무서운 존재로 블랙홀을 인식하고 있겠지만 놀랍게도 이 우주 자체가 블랙홀 안에 있다는 기이한 설이 있다. 더 나아가 이 우주가 있는 블랙홀이 또 다른 블랙홀 안에 있고 그 블랙홀이 더 큰 블랙홀 안에 있다는 마트료시카식 구조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

블랙홀은 일반적으로 설명되는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하며 시간과 공간을 파괴하고 그 과정에서 무한한 우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주를 포함하는 블랙홀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먼저 공기를 블랙홀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려해보자. 전제 조건으로 이 세상 모든 물질은 압축되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를 동전 크기로 압축하면 블랙홀이 된다. 태양이라면 작은 도시 정도 크기다. 매우 작은 공간에 많은 질량이 집중되어 있으면 그 물질은 초고밀도라고 볼 수 있다. 블랙홀 역시 이런 식으로 초고밀도 천체로 설명되지만 사실 반드시 초고밀도여야 한다는 조건은 블랙홀에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복잡한 수학적 설명은 제외하고 말하자면 블랙홀이 커질수록 밀도는 낮아진다는 것이며 정말 큰 블랙홀은 어떤 의미에서 얇다고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 질량 블랙홀은 폭이 6km이며 1m3당 질량은 히말라야 산맥 정도다. 반면 은하수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태양 400만 개 질량을 가지고 있고 지름은 2,400만km다. 하지만 1m3당 질량은 흰고래 6마리분 정도로 태양 질량 블랙홀보다 밀도가 낮다.

더 나아가 태양 38억 개 질량을 지닌 초대질량 블랙홀 IRAS 20100-4156는 태양계와 비슷한 폭을 갖고 있지만 밀도는 공기와 비슷하다.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거대한 바람개비에 공기를 계속 주입해 태양계 크기만큼 부풀렸을 때 갑자기 사건의 지평선이 형성되어 초대질량 블랙홀로 변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어서 전체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에 대해 생각해보자.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우주는 반지름 450억 광년 구체이며 수천억 개 은하와 다량 가스, 기타 물질로 가득 차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태양 1조 개 분량 질량이 있다고 한다. 이는 매우 큰 질량처럼 보이지만 우주가 넓기 때문에 평균 밀도는 그리 높지 않다. 모든 은하와 별, 가스, 에너지를 분해해 우주 부피에 균등하게 펼치면 평균 밀도는 1m3당 수소 원자 5개 정도가 된다.

관측 가능한 우주와 같은 크기 바람개비에 1m3당 수소 원자 5개에 해당하는 우주의 공기를 채우면 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며 실제로 이 블랙홀은 관측 가능한 우주 10배 크기가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 우주는 거대한 블랙홀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설명은 이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어 팽창하는 우주는 블랙홀 안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설명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블랙홀과 우주에 관한 광란스럽고 현기증 나는 트릭이 있다고 한다.

보통 블랙홀은 중력장이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이라 불리는 장소가 있고 그곳을 중심으로 모든 질량이 집중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 블랙홀은 그보다 더 기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바깥에서 보면 블랙홀은 검은 구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공간과 시간 역할이 바뀐 기이한 상태가 된다. 일반 구체 내부에서는 공간이 유한하고 시간이 영원히 계속된다. 하지만 블랙홀 내부에서는 공간이 영원히 계속되고 시간이 유한해진다.

블랙홀 안에서는 한 방향으로 계속 걸어갈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걸었는데 같은 곳에 도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랙홀 내부 시간은 유한하며 점점 공간 자체가 변화해 간다.

블랙홀 내부 우주 전체가 압착되어 스파게티처럼 변형되다가 결국 우주 전체가 붕괴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붕괴된 우주 모든 부분이 특이점이 되는데 다시 말해 블랙홀 특이점은 특정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블랙홀 내부 모든 것의 미래에 있다는 설명이다.

특이점에 이르게 되면 블랙홀 내부 모든 게 무한히 작은 영역으로 압착된다. 이 시나리오는 우주 종말 시나리오 중 하나인 빅크런치와 비슷하다. 빅크런치란 빅뱅에 의해 태어난 우주가 언젠가 팽창에서 수축으로 바뀌어 모든 물질과 시공간이 특이점으로 수렴한다는 개념.

하지만 빅크런치가 일어난다면 빅바운스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압착된 고무공이 힘차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하듯 빅크런치로 특이점에 이른 뒤 빅바운스로 블랙홀 내부에 새 우주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재미있는 점은 블랙홀 바깥에서 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검은 구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우주가 블랙홀 내부 빅크런치와 빅바운스를 거쳐 탄생했고 지금도 전체 우주가 블랙홀 안에 있을 수 있다. 또 이 우주를 포함하는 블랙홀이 있는 우주가 다른 블랙홀 내부에 있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며 그 우주가 또 다른 블랙홀 안에 있다는 식 블랙홀과 우주의 무한한 마트료시카 구조일 수도 있다.

나아가 우주가 블랙홀을 형성하고 그 내부에 또 블랙홀이 있는 상황이 자기복제 우주가 자연선택된 결과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빅뱅은 혼돈의 이벤트이며 생겨나는 우주는 미세하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많은 블랙홀이 형성되는 우주가 있는 반면 블랙홀이나 블랙홀 형성에 필요한 은하나 가스가 형성되지 않는 우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우주가 블랙홀 내부에서 탄생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블랙홀을 형성하지 않는 모든 우주가 사라지게 된다. 그 결과 대량 블랙홀 형성 조건을 갖춘 우주가 일반화되어 늘어날 수 있다.

이 우주에는 엄청난 수의 블랙홀이 있는데 이는 블랙홀 형성에 유리한 우주가 자연선택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블랙홀 형성에는 은하와 가스, 별들이 필요한데 블랙홀 형성에 최적화된 우주는 이런 물질도 잘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물질은 생명체 발생 조건과도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블랙홀 형성에 최적화된 우주는 생명체 탄생에도 적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설명은 모두 이론적인 것이며 실제로 이 우주가 블랙홀 내부에 존재하는지 우주가 블랙홀 형성을 위해 최적화되어 왔는지를 검증할 수는 없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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