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지식을 축적하고 계승해 개인 힘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문화를 구축해 왔다. 지난 330만 년간 석기를 분석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인류가 60만 년 전부터 기술적 지식을 급속히 축적하기 시작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인류기원연구소 연구팀은 현생인류는 열대 밀림에서 북극 툰드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태학적 조건에 적응하며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왔다며 인간 집단은 이전 세대 해결책을 기반으로 해 재결합, 새롭고 복잡한 문제 해결책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인류 문화는 기술적 문제나 조직 방식에 대한 해결책도 개인이 발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연구팀은 인류가 언제부터 기술 지식을 축적하기 시작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330만 년간에 걸친 석기 제작 기술 변천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57개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62개 석기를 각 석기 제작에 필요한 단계 수에 따라 분류했다.
분석 결과, 초기 인류인 아우스트랄로피텍스나 다른 고대 인류가 서식하던 330∼180만 년 전에는 석기 제작 단계 수가 16단계에 그쳤다. 이어 180∼60만 년 전에는 단계 수가 47단계로 조금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석기 제작 복잡성이 크게 늘어난 건 60만 년 전 이후로 이 시기부터 석기 제작 단계 수가 5~18단계로 급증했다. 이는 인류가 이전 세대 기술적 지식을 축적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사회적 학습을 통해 여러 세대에 걸쳐 지식을 수정, 혁신, 개선하며 축적해 개인이 평생 동안 발명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는 기술과 노하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식을 축적하고 문화를 구축해 진화와 마찬가지로 문제 해결 방식이 향상되어 집단에 이익이 되는 방식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울러 집단적 지식과 관련 행동이 발달하면서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선택적으로 우세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는 중기 홍적세(Pleistocene) 시기에 축적된 문화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지만 그 이전에도 고고학적으로 보존되지 않은 지식 축적이 있었을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