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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조약돌 가져가선 안 되는 이유

여행지 등에서 아름다운 해변을 방문했을 때 기념품 삼아 해변에 있는 모래나 조약돌을 가져간 적이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영국 북부 컴벌랜드 자치의회가 2024년 5월 해변에서 조약돌이나 조개껍데기를 가져가면 최대 1,000파운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해변에서 조약돌을 가져가지 말 것을 호소했다. 해변에서 조약돌을 가져가선 안 되는 과학적 이유에 대해 영국 랭커스터 대학 연구자가 설명해 눈길을 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국에서는 1949년에 제정된 해안보호법에 따라 해변에서 조약돌 등 퇴적물을 가져가는 것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는 무료 건축 자재로 해변 조약돌 등을 가져가는 사례를 방지하고 해변이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이다. 또 생물체에게 해변 모래와 조약돌은 소중한 서식지이기 때문에 환경적 관점에서도 해변 조약돌을 가져가는 건 피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자가 해변 조약돌을 가져가선 안 되는 이유로 특히 강조하는 건 해변 모래와 조약돌은 해안 침식과 홍수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어 이들이 사라지면 해안가 거주자 생활이 위협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변 폭과 퇴적물 높이는 해안 침식과 홍수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해변 조약돌이나 퇴적물이 많을수록 파도 에너지를 잘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해변에서 모래나 조약돌이 사라지면 파도에 대한 자연 방벽 기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약돌 등 퇴적물은 파도에 의해 운반되어 와서 크기별로 다양한 곳에 퇴적된다. 영국 해안가에서는 겨울철 높은 파도가 밀려와 큰 조약돌이 해변 상부에 쌓여 단구(berm)라고 불리는 작은 언덕 모양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 단구는 폭풍에 대한 첫 번째 방벽 역할을 하며 파도 에너지를 흡수해 해변 안쪽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하거나 후방 방파제나 절벽 침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누군가가 조약돌 1개를 가져갔다고 해서 해변이 가진 자연 방벽 기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조약돌을 1개씩 가져가면 누적 영향으로 해변 기능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 또 조약돌이 사라져 해변에 퇴적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깨지면서 전체적인 동적 균형이 무너질 위험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홍수와 침식 방지를 위해 해변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조약돌 해변이 파도나 폭풍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런 연구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변 뿐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해변이 가진 보호 효과를 평가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해변에서 조약돌을 가져가지 말라고 요구하는 건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해변이 해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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