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지구상에 살던 공룡은 운석 충돌로 인한 열파에 의해 전 세계적인 화재와 상공에 가득 찬 입자가 햇빛을 차단해 일어난 급격한 한랭화로 멸종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런 지구 생명사를 뒤흔든 일대 사건은 장기적인 한랭기인 핵겨울(unclear winter)과 비슷한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되고 있지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한랭화는 극히 단기간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부터 6,600만 년 전 봄 유카탄 반도에 폭 10km에 이르는 소행성이 낙하해 지상을 뒤바꿨다. 이 운석 충돌은 대량 멸종 방아쇠가 되어 이에 따라 공룡을 포함한 지구상 생물 4분의 3이 사라졌다고 한다.
시뮬레이션 기술 발달로 충돌 당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선 이해가 진행되고 있지만 충돌 후 일어난 핵겨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통일된 견해는 없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연구팀은 이 분화구를 만든 운석 낙하 전과 낙하 당시, 이후 지층을 분석해 석탄 샘플에 포함된 화석화된 박테리아를 비교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이 박테리아에 주목한 이유는 기온 변화에 따라 세포벽을 두껍게 하거나 얇게 하는 생태로 당시 기후 변화를 추측할 수 있기 때문.
세균을 분석한 결과 운석 충돌부터 수천 년간 세균이 핵겨울에 대비해 세포벽을 두껍게 하고 있던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한랭화는커녕 5,000년에 걸쳐 온난화하고 있어 기온 변동은 비교적 빠른 단계에 안정화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백악기가 끝날 때까지 수천 년간 초거대 화산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방출한 결과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핵겨울 증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장기적인 핵겨울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이게 한랭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 연구자는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데 그다지 긴 기간은 필요하지 않다며 만일 몇 개월 동안 햇빛을 받지 않으면 전 세계 대부분 식물이 시들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몇 개월에서 몇 년 정도라도 태양광이 끊기면 식물이 죽고 초식 동물도 아사한다. 이로 인해 먹이사슬이 근저에서 무너지면 더 큰 육식 동물도 죽어 버린다. 다시 말해 공룡을 멸망시킨 운석이 가져온 한랭화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극적이고 순간적인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거대한 운석 낙하 후 기온이 비교적 빨리 회복됐다는 걸 의미하며 이는 지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기후 변화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장소 석탄 샘플을 조사하고 화산 활동 영향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룡 멸종을 초래한 과거 사건으로부터 현대 인류가 직면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