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관절염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을 괴롭히는 염증성 자가 면역 질환이다. 원래 육체를 지켜주는 면역이 관절 조직을 이물질로 공격해버리는 이 병에 대한 최종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발병이나 진행에는 인간 장내에 사는 세균이 관여할 수 있다는 게 발견됐다.
류마티스 관절염 일부는 장내 박테리아가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졌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팀은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 균 종류인 수돌리그라널럼(Subdoligranulum)을 특정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콜로라도대학, 스탠포드대학, 베날로야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먼저 류마티스 관절염 위험이 있는 사람이나 초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로부터 제공된 혈액을 분석하고 발병과 관련한 자기 항체를 씻어냈다. 그리고 이들 자가 항체 중에서 인간 장내 세균을 표적으로 하는 게 있는지 조사했다. 조사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와 건강한 사람 대변에서 채취한 박테리아에 항체를 첨가하고 반응을 비교하는 실험을 이용했다. 그 결과 많은 박테리아가 류마티스 관절염과 관련된 항체에 반응했는데 대부분은 라크노스피로세(Lachnospiraceae) 근연종 균이었다.
이렇게 발견한 박테리아를 더 자세하게 조사하기 위해 연구팀은 2개과 세균을 많이 보유한 사람 샘플에서 채취한 균을 배양했다. 그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 진행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균으로 수돌리그라널럼 세균 2종이 좁혀졌다. 이들 2가지 중 분리균주7이라고 불리는 건 다른 분리균주1에 비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혈액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더 강력하게 활성화시켰다고 한다.
여기에서 분리균주7이 정말 류마티스 관절염 범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 균을 쥐에게 투여했는데 단지 이것만으로 쥐가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 버렸다고 한다. 이 결과는 연구팀에 있어 예상외다. 쥐의 붓기는 외형보다 인간 류마티스 관절염과 비슷했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마찬가지로 관절 조직에 항체가 들어가는 걸 확인한 연구팀이 쥐 혈청 중 항체를 프로파일링한 결과 항체 대부분이 류마티스 관절염 표적이 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과 진행에 관여하는 박테리아를 확인하고 수돌리그라널럼 디돌레스질(Subdoligranulum didolesgii)로 명명했다. 디돌레스질은 인디언인 체로키족 말로 관절염이나 류마티스를 가리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자는 이번 연구 결과가 이 박테리아만이 류마티스 관절염 범인이라는 걸 증명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연구는 다른 생물종 관여를 제외한 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신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직 모르며 확실한 주범 격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수돌리그라널럼 디돌레스질을 류마티스 관절염 위험이 높은 사람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16.7%에서만 발견됐다고 밝혔으며 이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관여하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걸 나타낸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짜 원인에 다가설 가능성을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