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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게임보이?

휴대용 게임기를 이용할 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배터리 잔량이다. 이런 배터리 잔량 문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배터리 불필요한 게임보이를 개발한 사람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배터리가 불필요한 게임보이에선 버튼을 연타하거나 디스플레이 옆에 설치된 태양 전지 패널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양 전지 패널만 설치했다고 배터리 없이 게임보이가 작동하게 되는 건 아니다. 정전 원인이 되는 전압 변동이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만일 게임보이에서 배터리를 제거하고 태양 전지 패널로 전원을 공급하면 게임은 전력이 없어질 때 전력 중단을 일으켜 정전 이후 당연하지만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 이후 전력이 충분히 모여 다시 게임보이를 기동할 수 있게 되어도 게임 플레이 상활은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동 화면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정전이 일어나도 정전 전과 같은 상태에서 시스템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을 인터미턴트 컴퓨팅(intermittent computing)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을 응용해 앞서 언급한 정전이 일어나도 상태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도중부터 게임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배터리 불필요한 게임보이가 인게이지(ENGAGE)다. 개발팀은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한 4가지 중요한 아이디어로 4가지를 든다. 첫째 버튼을 누르는 등 조작이나 환경 에너지로부터 전력을 생성한다. 둘째 시스템 레벨에서 최소한의 상태를 추적해 체크포인트를 설정해 더 빠른 게임 보존과 복원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프로세서 에뮬레이션을 통해 레트로 게임을 플레이해 고전적인 플랫폼의 그리움을 재현한다. 넷째 최신 32비트 ARM 코어텍스 M4 마이크로 컨트롤러(Ambiq Apollo3 Blue)와 외부 FeRAM(MB85RS4MT)을 활용해 인터미턴트 컴퓨팅을 가속화한다.

다시 말해 인게이지는 배터리가 불필요해지도록 게임보이를 개조한 건 아니며 게임보이 타이틀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에뮬레이터를 이용해 직접 만든 게임보이 스타일 휴대용 게임기라는 것이다.

인게이지는 ARM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기반으로 하며 메인 메모리에는 FeRAM을 채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발진은 인터미턴트 컴퓨팅을 실현한 단말로 메인 메모리에 FeRAM과 같은 고속 바이트 단위로 주소 지정 가능한 비휘발성 메모리가 이용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메인 메모리에 사용되는 건 저속으로 에너지 소비가 큰 플래시 메모리지만 전원 장애가 발생해도 시스템 상태를 보존, 복원할 수 있도록 하려면 비휘발성 메모리와 같은 고속 메모리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또 마이크로 컨트롤러에 96MHz로 동작하는 프로세서 채택 이유에 대해 개발팀은 클래스 최고 에너지 효율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하베스팅 시스템으로는 버튼 부분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버튼 프레스식 발전기와 태양 패널을 채택했다. 버튼 프레스식 발전기는 십자키와 A/B 버튼 부분에 채용되고 있어 각 버튼을 눌렀을 때 전력을 생성하는 게 가능하게 되어 있다. 태양 패널은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전원 관리 칩인 BQ25570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디스플레이에는 재팬디스플레이(LPM013M126A) 제품을 써서 오리지널 게임보이 디스플레이 큭리가 47×43mm에 해상도는 160×144픽셀이지만 이 제품은 크기 26.02×27.82mm로 작고 해상도는 반대로 176×176픽셀로 뛰어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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