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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섬유로 화산·지진 모니터링 가능하다?

광섬유라고 하면 인터넷 통신을 위한 인프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광섬유를 단순한 케이블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광섬유가 전달하는 빛 신호를 분석해 화산 활동이나 바다 바닥 지각 변동, 나아가 도로 교통량과 고래 노래 등을 관측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DAS(Distributed acoustic sensing)라고 불리는 기술을 이용하면 지구 고동을 느끼듯 다양한 사건을 검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분화가 위험한 화산인 아이슬란드 그림스보톤을 감시하는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DAS 구조는 먼저 광섬유 한쪽 끝에 있는 레이저 광원에서 짧은 펄스 모양 빛을 발사한다. 그러면 빛 대부분은 광섬유 다른쪽 끝으로 진행되지만 일부는 광섬유 내 불순물 등에 닿아 광원에 튕겨 온다. 광섬유가 내장된 지면 진동 등으로 광섬유가 변형되면 이 반사광에 변화가 생겨 이를 분석해 지진 등을 검출할 수 있다.

DAS 관련 연구자는 예를 들어 자동차가 달리거나 지진이 일어나거나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 광섬유가 흔들린다며 이런 흔들림을 반사광 신호가 변하기 때문에 케이블 어떤 부분이 어떻게 됐는지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기술은 1m 단위로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으므로 10km 광섬유를 1만 개 센서로 바꿀 수 있다. 또 유사 기술에는 지진계가 있지만 지진계 하나는 한 곳 데이터만 수집할 수 있고 설치나 유지에도 큰 비용이 든다.

DAS는 원래 석유산업이 유정 감시나 가스 검지를 위해 개발한 기술이지만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진 검지 뿐 아니라 도시 지하에 있는 지질 조사에도 사용할 수 있어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떤 장소가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도시 교통량이나 공사 소음 모니터링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 외에 노르웨이 근해 해저 광케이블을 이용해 고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물론 DAS에도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케이블에서 돌아온 반사광을 분석하는 편의상 너무 긴 거리를 이동하면 신호가 너무 약해져 100km보다 긴 광섬유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얻는 건 어렵다고 한다.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빛 펄스가 아닌 연속 레이저광을 이용해 송신한 빛과 돌아온 빛을 비교해 더 장거리에서의 센싱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영국 국립물리학연구소 연구팀은 2018년 연구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기존 DAS 한계인 100km를 대폭 갱신해 최대 535km 떨어진 장소 지진을 감지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또 변화하는 지구 환경 실태를 밝히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빙상에 깊은 구멍을 뚫어 광섬유를 지하 1,500m까지 내려 암반과 빙상이 문질러서 발생하는 빙진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확립되면 빙하 위에서 알 수 없는 빙상 형성 과정이나 빙하가 바다로 향하는 움직임을 조사할 수 있게 되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메커니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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