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이나 감염증 등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죽이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널리 사용되지만 남용이나 부적절한 복용으로 항생제가 효과가 없는 항생제 내성, AMR(Antimicrobial resistance)이 발생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항우울제 같은 항생제 이외에 약도 박테리아가 항생제 내성을 획득할 우려가 있다는 게 새로운 연구에 의해 발견됐다.
AMR은 2019년에만 120만 명 목숨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희생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으로 항생제 효과가 없는 AMR이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한편 항우울제는 의약품 시장 점유율이 4.8%로 항생제 5%에 필적하며 미국에서만 연간 1만 6,850kg이 소비되는 등 항생제와 비슷하게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항우울제가 AMR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따라서 퀸즐랜드대학 연구팀은 대장균을 배양하고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균이 AMR을 얻는 방법을 조사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항우울제 플루옥세틴(Fluoxetine)이 여러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일으키는 걸 이전 연구에서 발견했지만 이번에는 5종류 항우울제를 추가해 13종류 항생제를 사용해 효과를 확인했다.
이 실험에서 연구자는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번식한 세균에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활성산소종 ROS(reactive oxygenspecies)라고 불리는 세균 방어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물질이 만들어지는 게 확인했다. ROS는 박테리아가 유해 물질을 제거하거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얻는 데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특정 약물 내성 유전자가 없어야 하는 대장균에서도 항생제를 견딜 수 있다. 이게 이유가 아닐까 추측된다.
연구팀은 또 일부 항우울제에 노출되면 대장균이 돌연변이를 일으킬 확률이 상승하는 것 외에 돌연변이 시 내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선택되게 되어 내성 획득이 가속되는 걸 찾았다. 또 항우울제 설트랄린(Sertraline)을 투여하면 박테리아 사이에서 유전자 이동이 활발해져 이게 AMR 확산을 촉진하는 것도 판명됐다. 연구팀은 박테리아는 약에 단지 며칠만 노출되어도 AMR을 획득하고 여러 항생제에 견딜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한 연구자는 건강한 사람 체내에선 대장균이 주로 대장에만 존재하고 장내는 혐기성 조건 그러니까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이어서 인체에선 이번 실험이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항우울제와 기타 비항생제가 박테리아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연구는 그 밖에도 여럿 보고되고 있으며 예비 연구에선 의약품이 복용자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는 변화에 대한 단서도 표시된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항우울제 복용을 그만둬서 안 된다고 연구팀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