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이 강한 테마 영상이나 기사 시작에는 과격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다거나 노약자는 삼가라는 사전 고지(trigger warning)가 삽입되어 있다. 이런 사전 고지는 의미가 없다기 보다는 오히려 고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사전 고지를 둘러싸고 불쾌감과 고통으로 이어지는 요소에 대비하거나 이를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불필요한 공포를 부추긴다는 의견 등 다양한 견해가 있다. 그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건 실제로 일어난 성적 폭행 사건이나 살인 사건 등을 다루는 것이나 현대적 가치관과 역행하는 묘사가 있는 소설을 테마로 한 문학 강의 등 교육 현장이다. 만일 여가 시간에 보는 TV 프로그램에 서투른 묘사가 있으면 채널을 바꾸면 그만이지만 학생이나 연구에 임하는 전문가는 이런 요소가 포함됐다고 해서 자료를 안 보기는 어렵다.
호주 플린더스대학 연구팀은 사전 고지 효과에 대한 실험을 실시한 선행 연구 12건을 분석하는 메타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11건에선 사전 고지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1건에선 어려운 트레이드오프 문제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고 있어 전체적으론 경고는 무의미하다고 결론지었다. 또 이 중에는 경고가 역효과라고 지적하는 논문도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전 고지를 받은 사람 반응을 조사한 한 실험에선 사전 고지를 받은 사람이 실제로 자료를 피한 비율은 6% 밖에 안 되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사전 고지는 오히려 내용에 대한 매력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금단의 과실 효과라고 지적했다.
또 연구 중에는 사전 고지 자체가 네거티브한 감정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 반면 경고 대상이 된 내용이 네거티브한 감정을 일으키는 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미지의 것이나 무서운 게 다가온다고 말하면 무서워지는 현상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런 효과에는 그 뒤에 오는 고통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문은 프리프린트 단계로 아직 전문가 검토를 받지 않았다. 연구팀은 또 사전 고지가 미치는 장기적 영향과 PTSD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이 연구에는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사전 고지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주의 사항이지만 정말 사람을 돕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선결사항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