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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데이터를 과도하게 보관하는 현대병

스마트폰 보급으로 식사나 여행지 사진을 찍어 저장하거나 인터넷에 올리는 게 당연해졌지만 너무 많은 데이터를 저장해 스토리지가 가득 차 버려 가끔씩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내부 데이터를 없애는 게 두려워 좀처럼 삭제하지 못하고 병적일 만큼 대량 디지털 콘텐츠를 넣는 사람도 있다. 이런 디지털 호딩(Digital hoarding)에 대한 조사 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디지털 호딩은 필요하지 않은 디지털 콘텐츠를 대량 취득해 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디지털 호딩에선 물리적 물품과 달리 데이터가 직접 보이지 않고 장소를 차지하지 않는 게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데이터 보존비용이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폐해로 급속하게 문제시되는 이런 디지털 호딩에 대해 호주 서던크로스대학 연구팀이 846명을 대상으로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디지털 호딩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불안감 수준이 높다는 걸 확인했다. 구체적으론 우울증과 불안증, 스트레스에 관한 척도로 측정된 불안 레벨 37%가 디지털 호딩이었다고 한다. 설문 조사에서 발견된 사례 중 일부는 저장 장치에 저장한 사진과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용을 포함해 40TB 디지털 콘텐츠를 보유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나 업무 데이터 관리를 하는 사람 등 대량 데이터를 보유해도 병적이라고 한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디지털 호딩 정의로 디지털 콘텐츠를 항상 취득하며 데이터 파기 곤란, 데이터 산란 등 3가지 기준을 설정했다.

첫째 항상 취득은 데이터 가치와 목적을 고려하지 않고 항상 디지털 콘텐츠를 수집하는 걸 의미한다. 현대에는 전자 커뮤니케이션이 당연하기 때문에 디지털 호딩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이메일이나 영상 등 만일을 위해 보관하기 쉽다. 하지만 저장한 데이터를 버리는 것에 큰 저항을 느끼고 좀처럼 삭제할 수 없다면 2번째 기준인 데이터 파기 곤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또 소중한 자료나 여행지에서 찍은 기념사진 등 중요한 데이터는 파일명이나 보존처 등을 제대로 정리하지만 디지털 호딩에 의해 수집된 데이터는 지저분하게 저장되어 있다. 이게 바로 3번째인 데이터 산란이다.

인터넷이 보급된 현대 사회에서의 삶은 디지털 콘텐츠와 떼어낼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를 너무 많이 보관해 디지털 호딩이 되어 버리면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드디어 데이터를 사용하기 쉬운 사람에게 4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첫째는 1년에 1회는 디지털 콘텐츠 대청소를 하는 습관을 들인다. 둘째 불필요한 디지털 콘텐츠는 줄이도록 유의한다. 셋째 사진이나 미디어 파일, 이메일 등을 관리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낸다. 넷째 참여 중인 소셜 앱 그룹 등 SNS 중요성을 재검토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이다.

이런 디지털 호딩 대책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너무 많은 데이터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정신겅강 전문가나 의사와 상담하는 걸 권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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