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임신한 여성 체내에선 호르몬 균형이 변하고 심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엄마 뿐 아니라 처음으로 아이를 받은 아빠 뇌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6년 연구에선 임신한 여성 뇌 회백질(Grey matter)이나 해마(hippocampus)가 감소하는 게 판명됐다. 이런 변화는 엄마가 되기 위한 적응으로 여겨지며 육아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자신이 임신하는 것도 아닌 아빠에 있어선 아이를 받는 영향은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고 뇌 용량 증감에 관한 경미한 연구 결과도 모순이 있거나 불완전하다고 한다. 또 아빠는 엄마와 마찬가지로 산후우울증에 걸린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게 문제로 인식되는 일은 적다는 지적이다.
스페인과 미국 연구팀이 실시한 새로운 연구에선 엄마의 출산 전후 아빠 뇌를 핵자기공명화상법 MRI로 스캔해 뇌 용적 변화나 두께 등을 분석했다. 피험자 40명은 모두 이성애자로 스페인과 미국에서 절반씩 모였다. 스페인 피험자는 아내 임신 전과 출산 2∼3개월 뒤, 미국 피험자는 아내 임신 기간 중∼후기와 출산 7∼8개월 후 MRI 스캔을 받았다. 또 스페인에 거주하는 아이를 갖지 않은 남성 17명에 대해서도 대조군으로 뇌 스캔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 결과 처음으로 아이를 받은 아빠는 평균 뇌 회백질 용적 1∼2%를 상실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 회백질 감소는 주로 기본 모드 네트워크로 불리는 뇌 활동과 시각 네트워크와 관련된 부위에서 발생했다.
뇌 부피가 감소했다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이와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아빠 역할을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시각 네트워크에서 피질 용적 감소는 아빠는 아이를 갖지 않은 남성보다 시각 기억 태스크가 우수하다는 2020년 연구 결과에 합치한다. 연구팀은 이런 지견은 아빠가 아이를 인식하고 대응하는데 있어 시각계가 독자 역할을 한다는 걸 시사하며 향후 연구에서 확인해야 할 가설이라고 밝혔다. 아빠가 되면서 구조적 변화가 육아와 아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건 거의 미개척 주제이며 향후 연구에 흥미로운 길을 보여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