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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접속 정지 선언한 1위 사업자‧철수 거부한 클라우드플레어

인터넷 백본 제공업체인 루멘테크놀러지(Lumen Technologies)가 러시아에 본사를 둔 조직을 위한 인터넷 트래픽 전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이후 전 세계 각국이 러시아 행동을 비난하고 많은 기업이 러시아에 대해 보이콧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러시아 내 2번째 점유율을 자랑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인 코젠트커뮤니케이션즈(Cogent Communications)가 러시아에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중단을 발표했다.

한편 루멘테크놀러지는 처음에 러시아에 본사를 둔 조직과의 새로운 거래를 중단하는데 그쳤으며 기존 고객에게 서비스를 계속 제공했다. 하지만 3월 8일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 국내 보안 위험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크를 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인프라 감시 기업인 켄틱(Kentik)에 따르면 루멘테크놀러지는 러시아에 대한 액세스를 담당하는 트랜짓 공급자로는 세계 최고다. 러시아 통신 대기업인 로스텔레콤과 메가폰, 베온, MTS도 루멘테크놀러지와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한다. 켄틱 관계자는 러시아 같은 규모 국가에서 백본 사업자가 서비스를 중단하는 건 지금까지 인터넷 역사에서 전례가 없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전 세계 반응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또 경제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가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내 통신 기업이 해외 릴레이 공급자에게 서비스 요금을 계속 지불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러시아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하는 게 양날의 검이라는 의견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을 차단하면 러시아인은 이미 정부에 의해 지배되어 홍보물만 흘릴 수밖에 없는 러시아 국내 신문과 방송국에 어느 때보다 의지할 수밖에 없어 국가가 정치 위기에 돌입하고 있음에도 독립 뉴스에 접근할 방법이 거의 사라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어떤 집단 전체를 인터넷에서 분리하면 해당 집단이 가져오는 오정보를 차단할 수 있지만 진실도 차단해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없이는 전 세계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잔학 행위에 대해 알 수 없다며 바라는 건 공격적인 행정부 지지자가 이런 지지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반대로 러시아에서 인터넷 연결을 끊으면 러시아인이 푸틴 대통령에게 반항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편 다양한 인터넷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매튜 프린스 CEO는 3월 7일 업데이트한 공식 블로그를 통해 러시아에서 서비스를 중단해도 러시아 정부가 좋을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철수하지 않고 서비스를 계속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인터넷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 침공 전부터 시작됐으며 클라우드플레어는 우크라이나 직원이나 고객, 네트워크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클라우드플레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포와 함께 감시해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뒤에는 요청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대부분에서 인터넷이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클라우드플레어는 인권, 저널리즘, 민주주의 등과 관련된 조직에 사이버 보안 보호를 제공하는 갈릴레오 프로젝트 아래 우크라이나 단체와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갈릴레오 프로젝트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와 인근 지역 조직은 60개 이상이며 이 중 25%는 러시아 침공에 따라 새로 추가된 조직이다. 이들 조직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에서 벗어난 난민을 돕는 활동을 수행한다.

클라우드플레어는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데이터센터에서 고객 암호화 키 자료를 옮겨 분쟁 위험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에서 암호화 세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들 국가 데이터센터에서 인터넷 접속이나 전력이 차단된 경우 내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머신이 가동되지 않게 하는 구조도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시작하려면 사이트에 저장되지 않은 고유키를 입력해야 한다.

프린스 CEO는 러시아에 대한 각국 정부나 기업에 의한 제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러시아를 세계적인 인터넷으로부터 차단하는 걸 요구하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하일로 페도로프 부총리는 DNS 루트 서버 시스템 운용 등을 실시하는 비영리 단체인 ICANN에 대해 러시아 국가별 코드 최상위 도메인 취소를 요구하는 것 외에 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를 관할하는 지역 인터넷 사업자 RIPE NCC에는 러시아 국내에서 IPv4나 IPv6 사용 정지를 요구했다.

도메인 취소나 IP 주소 사용 정지는 실질적으로 러시아를 인터넷에서 분리하는 걸 의미해 이런 조치에 의해 피해를 입는 건 러시아 정부가 아니라 러시아 국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요구에 대해 ICANN은 자사 사명은 징벌적 행동을 취하거나 제재를 부과하거나 인터넷 일부에 대한 액세스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프린스 CEO는 자사는 러시나 국내 클라우드플레어 서비스를 모두 종료할 걸 여러 차례 요청받았다며 그 결과 클라우드플레어는 러시아에는 더 많은 인터넷 접속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러시아 국내에서 서비스 제공을 계속한다는 보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특정 클라우드플레어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무차별로 러시아 내 클라우드플레어 서비스를 종료하는 건 러시아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일 뿐 러시아 정부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라는 게 프린스 CEO 견해다. 그는 클라우드플레어 서비스 차단은 국외 정보에 대한 액세스를 제한하고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자사를 사용해온 사람들이 더 취약해지게 될 것이라며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클라우드플레어 서비스 중단을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그는 클라우드플레어 서비스를 러시아 전체에서 종료하는 건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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