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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구자가 잠자리 뇌 분석하는 이유

AI라고 하면 인간의 뇌를 모방하거나 혹은 인간 뇌를 웃도는 성능을 가진 것이라는 인상을 가진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하지만 군사 과학과 보안 연구를 하는 미국 SNL(Sandia National Laboratories) 소속 프란시스 찬스(Frances Chance) 박사는 인간의 두뇌가 아니라 잠자리 뇌를 모델로 한 AI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뇌에는 전체 860억 개 신경세포, 뉴런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급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작업을 실현하고 있다. 한편 곤충이 가진 뉴런은 기껏해야 수십만에서 100만 개 정도지만 여전히 특정 작업에서 우수 능력을 발휘한다.

국가 안전 보장 관련 연구를 하는 찬스 박사는 동료와 함께 잠자리 뇌를 참고로 한 미사일 요격 시스템 설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 컴퓨터 시스템을 위해 잠자리에 눈을 도릴는 건 직관적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확실히 AI는 인간 활동을 모방하거나 인간을 웃도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교한 AI를 개발하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를 통한 엄청난 처리 능력이 필요하며 학습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도 커진다.

찬스 박사는 하지만 인공신경망을 위해 정말 크고 복잡해야 하냐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뉴런에 촉발된 컴퓨터 혜택을 얻을 경우 간단하고 세련된 균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특정 기능에 특화하는 AI는 반드시 모든 분야에서 인간에 필적하는 능력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간단한 신경망에서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곤충 같은 AI가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잠자리는 하늘을 날면서 먹이를 쫓아 잡는 능력이 뛰어나 추적을 시작한 사냥감은 95% 성공률로 포식해 하루에 수백 마리 먹이를 먹는다. 이전부터 잠자리 비행 능력에 눈을 돌리는 연구원이 많았고 미국 기관도 잠자리를 참고로 한 무인항공기 개발 등을 실시하고 있었지만 찬스 박사는 잠자리가 먹이를 쫓아 잡는 뇌에 주목하고 있다.

먹이를 쫓을 때 잠자리는 상대방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상대방 움직임에 잠자리가 반응하는 속도는 불과 50밀리초라고 한다. 눈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근육을 움직이는 시간을 고려하면 잠자리 뇌는 불과 3∼4층 뉴런에서 먹이와 자신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고 적절한 추적 경로를 산출해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잠자리가 먹이를 쫓아 시스템을 신경망으로 재현하면 미사일 무게와 소비전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적절한 궤도를 계산할 수 있는 요격 미사일 시스템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민간 용도로는 자율주행 차량과 자율 무인항공기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방해하는 벌레를 추적하고 격퇴하는 소형 무인 항공기 등도 상정 가능하다.

찬스 박사는 잠자리 뇌를 모방하기 위해 신경계를 대체하는 3층 신경망을 구축했다. 잠자리는 먹이를 잡기 위해 눈으로 대상을 파악해야 하며 찬스 박사는 잠자리 눈 요약본을 시뮬레이션했다. 잠자리는 먹이를 잡기 위해 입체적인 깊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망 첫 레이어는 눈 입력을 나타내는 21×21=441개 뉴런을 배치했다. 이 층에는 또 다른 뉴런 441개가 배치되어 있어 먹이가 시야 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한다.

신경망 2층에는 19만 4,481개 뉴런이 1층에서 받은 사냥감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어디로 이동할지 결정하는 처리를 한다. 이 때 잠자리는 단순히 먹이 뒤를 쫓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진행 방향에 대해 시야에 비치는 먹이 모습을 고정해 먹이를 잡는 적절한 위치를 파악한다.

신경망 3번째 레이어에선 처리한 정보에 따라 몸을 움직이기 위한 지령을 한다. 먹이를 잡을 때 잠자리 움직임은 진로를 바꾸고 먹이와 일정한 각도를 유지한 채 이동한다. 시야 내에서 먹이 위치가 일정하게 유지한다면 미래에 진로와 먹이와 충돌, 포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신경망을 테스트해본 결과 아주 간단한 모델 임에도 불구하고 3차원 공간을 도중에 구부러지거나 무작위로 움직이는 등 먹이를 잘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찬스 박사가 개발한 모델은 가설에 근거한 것이며 실제로 잠자리 뇌와 동일 여부를 확인하려면 비행 중 잠자리 신경계 전기 신호를 측정해야 한다. 이미 일부 연구자는 잠자리에 실을 작은 측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신경과학자가 잠자리 두뇌와 모델 비교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또 잠자리를 참고해 더 효율적인 AI를 만드는 게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잠자리는 시야 내에 복수 먹이 후보가 존재할 경우에도 특정 먹이만 집중 추적할 수 있다. AI에 추가 정보를 빼고 특정 작업에만 집중하는 구조를 도입해 더 간단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뿐 아니라 잠자리는 인간보다 몇 배 프레임 속도를 자랑하지만 공간 분해 능력은 인간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3차원 공간을 이동하는 먹이는 잡는 작업에선 공간 분해 능력은 여기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참고해 효율적인 AI 시스템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초기 AI는 인간 뇌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지만 오늘날 AI는 분명히 인간 뇌와는 다른 계산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곤충을 언뜻 보면 단순한 동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도로 전문화된 작업 수행 능력을 갖고 있으며 차세대 컴퓨터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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