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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업이 대학·연구소에 자금 지원하는 건…

EU 6개 주요 학술 기관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수백억 원 자금을 받아 개인 정보와 데이터 보호, AI 윤리, 디지털 시장 경쟁 등 기술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기술 기업 자금을 받은 연구 대상은 기술 기업 자체이기 때문에 연구 대상이 주요 자금 제공자가 되면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뮌헨공대 인공지능윤리연구소는 2019년 페이스북에서 750만 달러 보조금을 받았고 5년간 연구 자금을 확보했다. 또 훔볼트대학 인터넷사회연구소는 구글에서 1,400만 유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연구소 자금 중 제3자 제공 3분의 1을 기술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자금을 실제로 받고 있음에도 일부 연구자는 기술 기업 자금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건 연구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 기업에서 자금을 받은 한 연구원은 자신들이 연구하는데 대학을 후원하는 기업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 표면화된 압력은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익명 연구자는 기술 기업 영향력이 적지 않다고 증언한다. 또 기술 기업은 자신에 대해 무비판적인 학자와 관계를 구축하고 인센티브를 주고 필요한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를 허용하고 있다며 기술 기업이 정치적으로 연결된 학자를 어용학자로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 프랑스 지사에서 근무한 전 직원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산업계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대학 스폰서가 된다고 증언한다. AI와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를 위해 대학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일을 했던 그는 퇴직 직전인 2017년 기술 정책에 따라 테마가 중시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느꼈다고 한다.

보도에선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 루치아노 플로리디(Luciano Floridi) 교수가 기술 기업에서 지원을 극진하게 받는 연구자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유럽위원회와 영국 데이터 윤리 혁신 센터, 외무부, 금융청 등에 참가하는 기술 정책 전문가로 구글이나 딥마인드, 페이스북, 중국 텐센트, 일본 후지쯔로부터 자금을 받아 연구를 하고 있다.

그가 관련된 기업 중에서도 구글과의 관계가 깊고 구글의 잊혀질 권리 위원회와 사내윤리위원회에도 참여했다. 그는 구글 검색엔진에 대한 연구 논문 작성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그를 포함해 구글을 긍정하는 연구 저자는 구글과 금전적 이해 관계가 있다는 걸 일절 공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에서 자금원을 공개하는 교직원 19명 중 13명은 기술 기업에서 직접 자금을 받았으며 1명은 구글에서 전반적인 연구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소에서 조사 대상이 된 학자 75% 가까이가 주요 기술 기업에서 자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플로리디 교수는 자신이 하는 연구와 감독 업무는 학문적 자유를 존중하고 자금 제공자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다면 자신은 기술 기업에 정기적으로 엄격한 조언을 하고 기업이나 정부, 규제 당국으로부터 의견을 요구 받는 경우 해당 기업 행동을 비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왜 구글에서 자금을 받은 걸 공표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구글에서 받는 자금은 물론 다른 기업 자금도 해당 논문에 자신의 일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빅토리아 내쉬 옥스퍼드인터넷 연구소장은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을 받는 건 정부가 권장하는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자금 제공 모델에 따른 것이라며 외부터로부터 자금 제공은 연구 성과 가치와 무결성을 훼손하지 않으며 교직원과 학생들은 기술 기업 관행을 강하게 비판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명 연구원은 기술 기업은 비판을 모두 막으려는 게 아니라 자신들에게 적당한 비판을 조절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글 측은 보도에 대해 자사는 자부심을 갖고 학술기관이나 대학, 연구기관 연구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연구자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며 구글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수단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연구자와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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